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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잔여 백신' AZ 물량…30대 초반 여기자가 맞아보니
30대 초반 턱걸이 잔여 접종…젊을수록 아프다더니
접종 1일차 무증상·2일차 38도 미열…3일차 일상 가능
의료종사자 피로감 과중…잔여백신 명단 일원화 필요
2021-06-07 17:44:30 2021-06-07 17:50:17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잔여백신) 30대 초반이면 턱걸이로 맞는 거네요. 젊을수록 많이 아프다던데…”
 
백신 접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이달 초 ‘잔여백신’ 커트라인(Cut Line)을 뚫고 찾아간 의료기관 종사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기자가 접종한 잔여백신은 발열·근육통 등의 면역반응이 나이가 적을수록 더 아프다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이다.
 
만 31세 여성인 기자는 AZ백신을 맞을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에 근접한다. 정부가 백신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노쇼(No Show·예약불이행)’ 접종 기회를 1991년생 이후 출생자에게 열어두면서 5월 중순경부터 세종시 소재 한 병원의 예비명단에 14번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의원급 기관인 해당 병원은 AZ·얀센을 모두 합쳐 약 2000여 명의 접종을 예정한 곳이다. 이 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기자는 해당 병원의 접종 개시 5일차에 백신을 맞은 셈이다. 특별한 지병은 없었고 살면서 독감은 1~2 차례 걸려본 게 전부다.
 
퇴근 무렵인 6시경 전화를 받고 30분만에 병원을 방문했다. 체온을 확인한 간호사에게 이끌려 예진표를 작성한 뒤 접종이 시작됐다.
 
7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한 여성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갑작스러운 접종으로 타이레놀을 미쳐 준비하지 못한 기자는 혹시 몰라 의사의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근처 약국에는 이미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일고 있던 터였다. 샤워는 당일 가능하고, 최소 2~3일 간 금주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예진표에는 2주 내로 다른 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항목이 있어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기자는 3주 전에 자궁경부암 백신 2차 접종을 진행한 상황이었다.
 
의사는 "코로나19 사백신이라 영향이 없으나 부작용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백신의 영향인지 구분하기 위해 2주의 간격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후 20분 간 이상반응을 살핀 뒤 귀가했다.
 
회사로부터 이틀의 '백신휴가'를 부여받았다. 백신 면역반응에 대해서는 큰 두려움은 없없다. 혹시 면역반응이 오더라도 '약간 앓고나면 괜찮아지겠지'하는 비교적 가벼운 생각이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가족·친구·직장 동료들은 "젊을수록 더 많이 아프다", "백신을 맞자마자 타이레놀 두 알을 미리 먹어야 한다", "침대 머리맡에 물과 해열진통제를 두고 너무 아프면 빨리 챙겨먹어라", "아침에 생존신고를 하라" 등의 조언을 들었다.
 
백신 접종 후 2일차 오전까지는 주사 부위가 뻐근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잘 때 극심한 증상이 나타났다는 주변의 조언을 우려해 해열제 한 알을 먹고 잠들었다. 
 
3일차 오후 38도 이하의 미열 증상을 경험했다. 몸에 기운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해열진통제 한알을 먹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몸 상태는 가볍게 회복됐다.
 
백신 접종 후 한주가 지났지만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었다. 
예방접종증명서/캡쳐
 
굥교롭게도 기자가 백신을 맞은 직후부터 60세 미만은 예비명단에서 제외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60세 이상 어르신을 최대한 많이 접종하기 위한 방역당국의 조치였다.
 
기자가 접종한 해당 병원은 200여명이 잔여백신 명단에 예약을 올린 곳이다. 전화를 돌리는 간호사들의 피로감은 상당해보였다. 백신이 남을 때마다 명단에 올린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백신 접종여부를 확인하고 바로 접종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살피기 위해 병원을 나선 시간은 이미 오후 7시 무렵. 하지만 기자 접종 후에도 1명분의 백신이 남아 간호사들은 또 다시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명단 일원화가 절실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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