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재개발', 뉴타운 부활인가)③속도전 집착하면 '젠트리피케이션 악몽' 재연 불가피
공공이냐, 민간이냐 주민 개발 선택권 넓혀
강북 재개발 지역, 임대로 생계 잇는 노인 많아
"주민 이전 대책 없이는 부작용 만만찮을 것"
입력 : 2021-06-07 06:00:00 수정 : 2021-06-07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올해 '오세훈 표 주택 공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떠난 동안 묶였던 규제를 다시 푸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해제한 옛 뉴타운을 다시 재개발 할 수 있도록 신규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다만 철거나 분양 등 현실적인 공급 단계에 들어서려면 원주민이 밀려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5월26일 '6대 재개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24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재개발 말곤 뾰족한 신규 주택 공급 방법이 없던 옛 뉴타운 지역이 다시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기준이었던 노후도 요건이 완화된다. 이전 기준보다 덜 낡아도 철거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재개발 규제는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박 전 시장은 철거 중심의 재개발을 지양하는 철학을 내세우며 오 시장 때 지정됐던 뉴타운을 하나둘씩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재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이 주거지에서 밀려나는 문제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서울의 '주택 공급난'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오세훈표 재개발'이 다시 시작된다면 박 전 시장이 우려했던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이 이미 가진 재산의 가치가 큰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와 달리 영등포나 종로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은 다세대 주택의 임대 수익이나 가게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인구가 많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으며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추가 분담금을 내야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이에 오 시장은 정비구역 지정 이전 초기 주민제안 단계 동의율을 기존 10%에서 30%로 높였다. 언뜻 보기에는 규제가 가해진 것 같다. 이는 이후 본격화 단계인 정비계획 지정 단계에서 주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할 때 이미 초기에 받아놓은 30%의 동의율의 힘을 받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다만 이 동의율은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만 해결되는 문제일 뿐 무조건 적으로 사업 속도를 앞당긴다면 과거의 대규모 재개발인 뉴타운의 후유증, 그중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전 뉴타운 시절에도 마찬가지지만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는 대부분 원주민 정착률이 낮다"며 "주민들이 싫다면 안 하면 되고, 하고 싶다면 빨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밀어준다는 것이 '오세훈표 재개발'의 핵심이지만 여전히 원주민 보상이 문제다. 무조건 적으로 개발 속도를 앞당기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또 "오 시장의 공급 방안은 공공이냐, 민간이냐에 관한 주민들의 선택권을 넓힌 것 뿐"이라며 "초기 30%의 동의율을 못 채운 곳은 주민들의 반대가 더 많은 곳이니 사업 투명성이 담보된 공공재개발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소규모든 대규모든 사업 성공률이 높은 곳들은 사업 속도가 공공만큼 빠르진 않더라도 서울시 민간 공급 기조대로 따르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 규제를 풀며 뉴타운을 부활시킨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원주민들이 주거지에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사진은 4일 종로구 창신동 일대 노후 저층주거지에 벽화가 그려진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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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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