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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힘들어도 말달리자"…국경·장르 벽 허문 '경록절'
김창완부터 글렌 매트록까지…83팀의 문화 예술인 총출동
'클럽하우스'에서도 입소문…"코로나로 어려운 인디신 조명"
2021-02-13 14:51:46 2021-02-13 19:33:1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힘들어도 말달리자/ 세상 파도 재워주는 너/ …무슨 말을 해야하나/ 언제 우리 다시 만나서/ 모두 잊고 한잔하자/ 영원한 청춘을 위하여"
 
11일 낮 12시 크라잉넛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한 '2021 경록절 in the House 이번엔 집에서 놀자'.
 
세로 화면에 등장한 산울림 김창완이 ‘경록절축가’를 부르며 포문을 열었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울림과 휘파람. 김창완 옆에 같이 기타를 메고 등장한 크라잉넛 한경록은 잠시 뒤 화음을 살포시 얹었다. 
 
아름다운 낭만의 노랫말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자취를 새겨온 두 뮤지션의 합이 음악의 힘을 새삼 절감케 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홍대 인디신, 그 이상 너머 울림을 줬다.
 
크라잉넛 한경록과 산울림 김창완 무대. 사진/크라잉넛 유튜브 채널
 
이후 6시간 뒤에는 영국의 전설적 펑크록 밴드 섹스피스톨스 원년 멤버 글렌 매트록이 화면으로 등장했다. 자신의 집 앞 런던 거리에서 한 손에 커피를 쥔 채 흥얼거렸다.
 
"우리는 언젠가 만나겠죠/ 언젠가 어디서/ 하지만 햇볕 밝은 날에 만날 걸 알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이브, 핼러윈과 함께 이른바 '홍대 3대 명절'로도 불리는 행사는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비대면 중계로 난관을 타개했다.
 
이날 정오부터 다음날인 12일 새벽까지 장장 17시간 치뤄진 온라인 페스티벌.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대에서 제일 규모가 컸던 ‘무브홀’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바뀌면서 기획 방식도 바뀌었다.
 
섹스피스톨스 글렌 매트록. 사진/크라잉넛 유튜브 채널
 
스케일이 더 커졌다. 국경과 장르의 벽을 허물었다. 홍대 거리에서 일본으로 영국으로. 록에서 힙합, 트로트 공연과 쿡방, 음악 대담까지...
 
김창완, 글렌 매트록을 비롯해 80팀 이상의 인디 뮤지션과 예술계 관계자 등이 차례로 출연해 자신 만의 장기들을 내놓으며 화면 너머 관객들과 소통했다.
 
인디 뮤지션들은 주로 집이나 작업실, 연습실 등에서 팀당 3곡 정도의 라이브를 꾸렸다. 미리 사전 녹화 방식으로 제작됐으나, 후반 편집 과정에서 전체적인 사운드 톤을 조정해 실제 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저녁 시간부터는 롤링홀을 비롯해 네스트나다와 제비다방,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에무 등 홍대 간판 공연장에서도 무대를 꾸렸다.
 
경록절 뮤지션들 공연 소개 모습. 사진/크라잉넛 유튜브 채널
 
이날 한경록은 생중계를 하루 앞둔 날 새벽 4시경,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도 생중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방송 당일 잠깐 송출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그는 갑자기 기타를 들며 즉흥연주로 분위기를 띄우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윤도현·조동희·이한철 등 선배 뮤지션들과 크라잉넛·노브레인·로맨틱펀치·잔나비 등 인디밴드, 박재범·허클베리피·스월비 등 힙합 뮤지션, 트로트 가수 요요미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융합되는 풍경을 보여줬다. 
 
한경록과 영화 '라듸오데이즈'로 인연을 맺은 배우 오정세가 자신의 취향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중간마다 삽입된 개그맨 박성호와 임희윤 기자의 음악 토크는 음악 페스티벌의 '별미' 역할을 제대로 했다.
 
개그맨 박성호와 임희윤 음악 기자의 대담. 사진/크라잉넛 유튜브 채널
 
미미시스터즈, 브로콜리너마저, 최고은 등 뮤지션들이 각각 생일상, 유자차, 약밥 등을 차리는 '쿡방' 풍경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19로 어려운 인디신을 조명했다.
 
단순한 축제로서의 기능보다는, 연대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경록은 공연 사이사이 홍대 거리의 닫힌 공연장들을 찾아가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음악계 '신흥 플랫폼'으로 부상 중인 '클럽하우스'에서도 경록절은 화제가 됐다. 행사를 같이 보는 콘셉트로 마련된 방에는 호란, 크라잉넛 멤버 등이 경록절을 틀어 놓고 그간 얽힌 추억들을 나누는 등 '스피커'로 나서기도 했다.
 
대중음악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새삼 절감했다.
 
이날 방송은 실시간 참여자 수 2500여명, 총 조회수 약 7만5000회에 달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 9시부터 크라잉넛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송출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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