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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엔씨 확률형 아이템 논란, 자율규제부터 손질해야
2021-02-15 06:00:00 2021-02-15 09:17:26
이선율 중기IT부 기자
“게임이 아니라 과금형 뽑기 형태의 도박이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리니지 '2M'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위반 의혹을 받으면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는 리니지를 게임으로 봐야하느냐를 두고 웃픈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발단은 최근 엔씨가 선보인 고가 아이템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엔씨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에서 제작할 수 있는 고가의 최상급 무기 아이템 ‘신화무기’를 출시했다. 2억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이 아이템을 만들려면 2중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거쳐야하는데 엔씨는 첫 번째 단계의 확률만 공개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씨는 신화무기를 만들 때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고대의 역사서의 경우 다른 아이템을 모아서 제작하는 아이템이므로 원칙적으로 확률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규제는 지켰고,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확률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같은 엔씨의 해명은 이번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도리어 업계 안팎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나오는 단계를 나눠 현행 자율규제 대상에서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2019년 리니지2M을 출시한 초반에도 엔씨소프트는 지나친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 유도와 로또만큼의 낮은 아이템 획득 확률로 사행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논란 속에 당시 엔씨는 리니지2M 출시를 기념해 격려금을 지급하면서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은 엔씨뿐만 아니라 넥슨, 넷마블 등 유수의 게임사에서도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문제다. 해묵은 문제라면 이제라도 해결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의 영업비밀이라는 논리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낮은 확률, 이중뽑기 등의 문제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가 점점 커진다면 자율규제의 실효성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최근 논란으로 정부에서도 관련 법안 개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게임법 개정안의 주된 골자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다.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단순히 확률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이미 밝힌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게임의 흐름에 대한 규제 당국의 이해도 제고 또한 필수다. 게임마다 캐릭터별로 확률이 제각각인 데다 유저 특성에 따라 확률이 영향을 받는 등 복잡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칼을 빼들기 전 엔씨소프트 또한 상황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최근 연매출 2조클럽 달성의 1등 공신은 '리니지2M'이다. 리니지 IP의 매출 비중은 무려 80%에 달한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도록 하는 과금구조, 복권 당첨보다 어렵다는 확률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충성도가 높은 린저씨들(리니지+아저씨)마저 잃을 수 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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