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박탈감 타고 확산하는 성과급 논란
지급 규모 불만·불투명한 산정 기준 공개 요구 잇달아…"실리 중시 세대 증가 영향"
2021-02-10 04:16:21 2021-02-10 04:16:21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대기업 성과급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기업이나 사업부보다 성과급이 적은 곳을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불투명한 산정 기준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면서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조직 논리보다 개인의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초과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급 200% 규모의 우리사주와 300만 포인트의 사내 복지포인트 지급 계획도 내놨다.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연봉의 20%를 PS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성과급 책정 기준의 불투명성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이석희 사장이 구성원과의 소통 부족에 대해 사과하고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다른 기업에서는 확산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8개 노동조합이 속한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전날 목표달성성과급(TAI)과 목표초과성과급(OPI) 제도 개선을 포함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위원장은 "삼성그룹은 떳떳하게 공개하지도 못하는 계산식으로 성과급 지급률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며 "산정 방식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전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을 뺀 EVA로 지급률이 결정된다는 것 외에 세부적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내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문의 성과급이 VD·IM 부문보다 적다는 불평이 있고 LG에너지솔루션 안에서도 LG화학의 다른 사업 부문보다 성과급이 낮게 책정된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직 발전을 위해 희생하거나 양보하라는 논리에 익숙하고 임원 승진 등의 성공에 무게를 두던 세대가 중심을 이루던 시대에서 개인의 실리를 중시하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세대가 많은 시대로 바뀌면서 생기는 일인 것 같다"며 "성과급을 추가로 받는 보너스에서 연봉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성과급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성과급이 적거나 거리가 먼 직장인들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직원은 "다른 계열사나 그룹들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성과급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냈는데 이번 일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며 "아예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내재했던 성과급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난 만큼 관련 체계와 문화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납득할만한 기준을 만들고 공유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며 "다만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급 체계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경영진과 직원이 충분한 소통을 통해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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