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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일본인 토지 미군정 귀속은 합헌"
일본 불법 축적 재산을 한국에 돌려준다는 취지
2021-02-03 12:00:00 2021-02-03 12: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인이 일본 패망 시점에 일본인에게서 매수한 토지를 미군정청이 소급입법으로 갖는다는 법령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A씨 등이 낸 '재조선 미국육군사령부 군정청 법령(미군정청법) 2호 4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반도 내 통치권을 상실한 일본의 영향력을 즉각적으로 차단하고, 일본인이 불법적인 한일병합 조약을 통해 조선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조선에 진출하여 축적한 재산을, 일본의 패망이 기정사실화된 1945년 8월 9일 상태 그대로 일괄 동결시키고 그 산일과 훼손을 방지해 향후 수립될 대한민국 정부에게 이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청구인 A씨 등은 2016년 11월 울산 소재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이들은 이듬해 울산시 중구가 해당 토지에 도로 포장을 하자, 무단 점유·사용이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울산 중구는 애초 이들이 소유권 없는 자에게서 토지를 승계했다고 맞섰다. 토지의 이전 소유자 부친은 1945년 8월 10일 조선에 살던 일본인으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고 9월 7일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같은달 25일 공포된 재조선 미군정청법 2호 4조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했다. 그해 12월 6일 공포된 같은 법 33호 2조는 이 날짜 이후 일본 정부와 국민의 전재산 소유권이 그해 9월 25일부터 미군정이 갖는다고 규정한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귀속재산처리법에 따라 귀속 재산을 무상으로 국유화했다.
 
이에 A씨 등은 울산지법에 미군정청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들은 2018년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1945년 9월과 12월에 공포된 이 법이 8월 기준 일본인 재산 거래를 전무 무효로 하고, 이를 소급해 미군정청 소유로 한 점이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문제 된 1945년 8월 9일이 미국 육군항공대가 일본 나가사키에 제2차 원자폭탄을 투하한 날짜인 점에 주목했다. 이때는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시점이면서 연합국이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포츠담 선언 수락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남한 내에 미군정이 수립되고 일본인 사유재산에 대한 동결 및 귀속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법적 상태는 매우 혼란스럽고 불확실했다"며 "1945년 8월 9일 이후 조선에 남아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 수립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반도 내에서 소유하거나 관리하던 재산을 자유롭게 거래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고 신뢰했더라도 그런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일본인들이 불법적인 한일병합조약으로 조선 내에서 축적한 재산을 1945년 8월 9일 상태 그대로 동결시키고 그 산일과 훼손을 방지해 향후 수립될 대한민국에 이양한다는 공익은, 한반도 내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고 일본 본토로 철수하고자 했던 일본인이나, 패망 직후 일본인으로부터 재산을 매수한 한국인에 대한 신뢰보호 요청보다 훨씬 더 중대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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