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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생존게임)②'이체한도 제한·보안 우려'가 서비스 확대 막아
'무늬만 오픈뱅킹' 형식적 서비스뿐…은행들, 마케팅성 상품 출시에만 골몰
2021-01-15 06:00:01 2021-01-15 06:00:01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사회초년생 A씨는 올해 초 전세보증금을 치르기 위해 여러 은행 계좌에 흩어진 자금을 국민은행의 한 계좌로 모으기로 했다. 'KB스타뱅킹' 오픈뱅킹을 이용해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한 뒤, 신한은행 계좌에서 1000만원을 옮겼다. 이윽고 카카오뱅크 계좌에서도 출금을 시도했으나, 일일 한도 제한(1000만원)에 걸려 이체서비스 이용이 불가해졌다. A씨는 카카오뱅크 앱을 켜 송금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하나의 앱에서 내가 보유한 다른 은행 계좌의 이체·조회가 가능한 오픈뱅킹이지만 먼저 시장에 안착한 은행들은 이체 한도, 보안성 등이 여전히 서비스를 제한되게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4일 "다수의 계좌에 자금을 예치한 고객이 이를 정리하고자 했다면 단순히 잔돈 모으기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빈도가 높진 않겠지만 목돈을 정리하고자 하는 경우 1000만원의 한도는 활용성을 크게 제한한다"고 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도 "금융당국에서 1인당 거래건수, 규모, 계좌보유 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일일 이체 한도를 정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에 한도액만 봤을 때는 향후 페이먼트와 같이 지급결제서비스로의 확대만이 가늠된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들이 초기 이후 확장된 서비스를 고민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민관협의체인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오픈뱅킹 고도화 방법으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고도화하는 한편, 중소 핀테크 사업자에게는 정보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안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업권에서도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술로 보안성 마련은 시간의 문제라고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당장에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무리라는 반응이다.
 
실제 은행들은 서비스 자체를 고민하기보다 우대금리 요건을 통해 고객을 뺏거나 묶는 '락인효과(Lock-in)'만을 노리는 상품만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판매 중인 '신한 인싸 자유적금'은 오픈뱅킹에 특화한 1년 만기, 100만원 한도 상품이다. 오픈뱅킹 이용 동의 시 연 0.5%포인트를 더 주며,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 계좌에서 해당 적금으로 출금 이체 시 입금 건별 연 1.0%포인트를 더 제공한다. 하나은행 '하나원큐정기예금'도 하나오픈뱅킹서비스 출금이체(다른은행 계좌)로 신규 가입한 경우 연 0.1%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준다.
 
국민은행 'KB마이핏적금'은 오픈뱅킹 우대금리로 연 0.3%포인트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우리 WON모아적금'은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유지 시 연 0.5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은행들은 이체한도, 보안을 이유로 오픈뱅킹 서비스 개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SC제일은행이 양자보안 금융거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C제일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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