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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이주열 한은총재 “내년에도 완화기조 유지…금융불균형 우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전개양상 모니터링”
디지털화폐·신속자금이체 시스템 구축
‘고용안정’ 통화정책 운용시 중요…다만 상충 가능성 있어
2020-12-31 12:00:00 2020-12-31 14:22:28
[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통화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이 높아진 만큼 금융안정 상황에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21년 신년사에서 “앞으로 국내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수준을 상당기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민간신용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안정 상황에 한층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내년에는 세계경제와 국제교역이 점차 개선되고 국내경제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코로나 변이 발생,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무역갈등 격화 가능성 등 여전히 많은 난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의 경제회복이 부문간·계층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K자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향후 경제회복이 K자 형태로 전개될 경우 전통적 대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기업의 레버리지 확대는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의 설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운용시 마땅히 고용상황을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상충 가능성이 있는 여러 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국내외 연구결과 및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우리 여건에 맞는 최적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엔 고용목표를 한은법에 넣는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양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 밝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해 가상환경에서의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계획대로 수행하는 한편, 실시간총액결제(RTGS)를 기반으로 하는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의 구축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한국은행의 지급결제 관련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정립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아울러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친환경·디지털 경제로의 구조적 전환기를 미래성장동력 확충의 기회로 삼는 한편 민간의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내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급속한 경제환경의 변화로 정책수행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이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성과는 직원 개개인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때 가능하며, 건강한 조직문화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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