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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연속 점수 '미달' KBS2·SBS, 이번에도 3년 조건부 재허가
지상파 방송으로서 수행해야 할 공적 업무에 소극적
"KBS2도 재허가 4년 받아야…KBS1과 통일 필요" 소수 의견도
모든 재허가 방송사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건' 부여
2020-12-18 16:52:21 2020-12-18 16:52:21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합격 점수 미달이었던 KBS2와 SBS가 3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양사는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 연속 기준 점수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강한 개선 의지를 보인 것과 더불어 급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의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번에 재허가를 받은 방송국 모두 고질적 문제였던 비정규직 불합리 처우를 개선하라는 조건이 부가됐다. 
 
"지상파, 공적 업무에 소극적"…KBS2·SBS 조건부 재허가 3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8일 위원회를 열고 2020년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여부를 심의·의결했다. 심사 결과 오는 31일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21개 사업자 162개 방송국 중 EBS·KBS1·MBC를 포함한 150개 방송국은 4년, 나머지 9개 방송국은 3년의 재허가를 받았다. 
 
이 중 KBS2와 SBS가 기준 점수인 650점 미달로 3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KBS2와 SBS는 공공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으로서 수행해야 할 공적 업무에 소극적이고 방송법령위반 감점이 많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재허가 미달점수를 받은 경우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를 받을 수 있다. 
 
KBS2는 재난방송 편성이나 운영 등 공공성·공익성 부분에서 감점을 받았다. KBS1에서 주로 뉴스·교양 프로그램이나 재난 방송 등을 편성해 이를 보완할 오락·드라마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차별성 있는 제작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SBS는 유료 방송사와의 경쟁을 내세워 사업성만을 강조한 것이 지적됐다. 광고 심의 위반 관련 감점이 많았던 것에 대한 보완 요구도 나왔다. 아울러 SBS가 최대 주주를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바꾸면서 소유·경영 분리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같은 최대 주주 변경은 지상파 방송의 공적 기능 수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방통위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지난 4일 청문회를 열고 KBS2와 SBS 관계자를 불러 양사의 입장을 청취했다. 청문 결과 양사가 방통위가 제시한 개선 방안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재허가 거부 대신 '조건부 재허가'를 결정했다. 
 
김호재 위원은 "전반적으로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는 경영 환경의 급속한 악화로 고통받는 방송사의 현실을 여러모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허가 조건에 따라 KBS2는 콘텐츠의 공공성·공익성 제고 및 차별성 확보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SBS에 대해선 기 제출한 공정성·공익성 실현 계획을 이행하는 한편 최다액 출자자인 TY홀딩스를 위한 사적 유용을 방지하고, 지배구조 개편 시 재무 건전성 부실 및 미래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지난번 종편 재허가 때처럼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취소할 수 있다는 단어를 다는 등 강력한 조건을 부가하지는 않았지만, (KBS2·SBS도) 위반하면 방송법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1·2는 동전의 양면 관계…심사 기간 동일해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KBS2의 재허가 허가 기간을 KBS1과 통일해 3년이 아닌 4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KBS1, 2 모두 '한국방송공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분리해서 심사하면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사라는 KBS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 부위원장은 "KBS1TV는 교양을 중심으로 다루고, KBS2TV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드라마·오락·연예 등을 담당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며 "이 둘의 심사를 달리 하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가 지난 6월 의결한 지상파 사업자 심사 세부 계획안에서 한 방송사가 소유한 여러 방송사의 심사 점수가 달라 불일치하면 동일한 허가 기간을 부여한다고 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방통위 위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생각해야 할 뿐만 더러 KBS2가 장기간 제도 개선에 소홀했다는 점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창현 위원은 "허가 유효 기간 불일치로 인한 KBS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공포된 약속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위원은 "향후 공영방송인 KBS를 위한 별도 허가 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인정한다"면서도 "KBS는 지난 2004년 윤리강령을 만들고 16년 동안 개정도 없고, 윤리위원회도 소집하지 않았다. 윤리·보도 가이드라인이 작동되도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회의 진행과정에서 의원님들이 제시한 의견을 고려해 재허가 심사 제도 전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다른 방송사와 동일하게 재허가 심사를 받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건·지역방송사 제작비 투자 조건 완화도 논의 
 
방통위는 재허가 대상 방송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불합리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방송계에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계약직·파견직·프리랜서 등에 대한 차별 관행을 없애라는 것이다.  
 
또한 KBS·MBC·SBS·EBS에는 상품 협찬 사실을 프로그램 시작·종료를 포함해 최소 3회 이상 고지하라고 했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건강보조식품을 소개하고, 인접한 시간대에 TV홈쇼핑에서 동일 상품을 판매해 비합리적인 소비를 초래하는 '홈쇼핑 연계 편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에 재허가를 받은 지역방송사업자에게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합의됐다. 코로나19 등 경영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이번 2020년도 재허가 평가에서 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다. 이에 지난해 재허가를 받은 지역MBC 13개사와 지역민영방송 8개사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향후 2년간 매출 대비 프로그램 제작비 비율을 각각 9%, 11%로 낮춰 적용받게 된다.  
 
한 위원장은 "공공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번 심사도 엄격한 기준으로 이뤄졌다"며 "부가된 조건 등을 방송사가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면밀히 점검해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0차 전체회의에서 이달 말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지상파 방송 21개사 162개 방송국에 대해 재허가 심의 및 의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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