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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주가 8배 폭등…나스닥서 한국 매운맛 보여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오리진’ 3분기 실적 견인 …내년 신작 런칭국가 확대 ‘줄줄이’
코로나 잡혀도 게임할까…이익 받쳐주지만 급등한 주가 부담
2020-12-17 12:00:00 2020-12-18 08:40:1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한국 게임회사 그라비티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저점에서 8배 이상 급등했다. 실적 증가에 힘입은 상승인데다 내년에 신규게임 런칭이 예정돼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그라비티(종목기호 GRVY)가 192.81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3월23일에 기록한 최저가 23달러에서 8배나 폭등한 것이다. 나스닥 증시가 올해 대단한 기세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나스닥지수 상승폭도 크게 넘어서는 성과다. 
 
 
 
이같은 주가 상승은 실적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라비티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2935억원, 영업이익 610억원, 순이익 47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모자라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이미 2019년의 한해 성적을 뛰어 넘은 상태다. 특히 3분기 실적이 급증해 상반기 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던 배경엔 지난 7월에 국내에 런칭한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있다.  
 
그라비티는 2000년 4월에 설립한 한국 토종 게임회사로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을 한다. 현재 대만,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에 지사를 두고 있다. 
 
그라비티의 게임 대표작은 ‘라그나로크’, 오래 전에 히트했던 이 온라인게임을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게임을 여러 가지 파생된 버전으로 제작해 여러 나라에서 런칭해 실적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라비티는 오래된 온라인게임이었던 '라그나로크'를 다양한 버전의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태국에서 런칭한 방치형 MMORPG '더 라비린스 오브 라그나로크'. <사진/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은 2002년에 나온 ‘할아버지’ 수준의 게임으로 현재 93개 지역에 서비스 중이다. 이 게임을 2017년에 모바일 버전으로 만들어 출시한 것이 ‘라크나로크 M’이다. 라그나로크M은 2017년 10월 대만을 시작으로 현재 122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때까지 나스닥에 숨어 눈에 잘 안 띄던 종목이 이 게임 덕분에 일부 국내 투자자들에게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라그나로크 오리진’이다. 이 게임은 올해 7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를 불러 모았고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일본에도 런칭할 예정이다.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은 지난 10월 대만과 홍콩, 마카오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출시 직후 접속자가 폭주, 대만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국내 매출이 3분기 실적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면, 라그나로크 X는 4분기 실적에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을 올해 새롭게 런칭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런칭할 계획이 잡혀 있다. 이밖에도 현재 개발 중인 게임 라인업 5종도 내년에 등장할 예정이다.  
 
매출 구조를 보면 모바일게임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분기 누적 매출액 중 모바일게임이 3분의 2 이상인 2057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적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한 지금 그라비티는 국내 다른 게임사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17일 현재 그라비티의 시가총액은 13억3981만달러, 원달러 환율 1094원을 반영하면 약 1조4657억원이다. 올해 순이익이 600억원을 넘는다고 가정할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를 밑돌게 된다. 
 
국내 상장 게임주 중에서 엔씨소프트(036570)넷마블(251270)은 시총이 10조원을 넘고, 펄어비스(263750)카카오게임즈(293490)는 3조원대다. 그 다음 컴투스(078340), NHN(181710), 웹젠(069080), 더블유게임즈(192080) 정도가 시총 1조~2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도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이 늘어 그에 따른 수혜를 누리기는 했지만 그라비티만큼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니었다.  컴투스가 올해 저점에서 2배 이상 올랐고, NHN은 그보다 못했다. 그나마 웹젠이 1만원 부근까지 밀렸다가 3분기 이익 급증을 바탕으로 3만6000원대까지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올해 성적은 어떨까? 순이익 기준으로 컴투스 803억원, NHN 602억원, 웹젠 555억원, 더블유게임즈 840억원으로 숫자로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 체급이다. 내용상 차이점이 있다면 그라비티의 실적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는 정도다.  
 
결국 실적 대비 주가로 비교해 보면 그라비티의 주가가 조금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상승률에 비하면 과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에 새롭게 서비스될 게임과 지역 일정표를 감안하면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년 코로나 치료제 보급 후에도 올해만큼 게임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많을지가 관건이다. 급하게 오른 주가도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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