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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천식·비염 직업병인 줄…이젠 기침 안 해”
서울시 봉제업체 작업환경 개선, 사고위험 제거·작업능률 향상, 사업주·노동자 만족도 높아
2020-12-14 06:00:00 2020-12-14 08:30:45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천식·비염은 우리한테 직업병인 줄만 알았어요. 이렇게 환경이 달라지니 이젠 기침 안 해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봉제업체 문정어패럴은 대부분의 봉제업체들이 그렇듯 지하층에 자리해 입구부터 찾기 힘들었다. 막상 작업장에 들어서니 꽤나 밝은 조명과 비교적 정돈된 작업장이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문정어패럴은 올해 서울시 의류제조업체 작업환경 개선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취약한 방범설비와  열악한 위생환경을 바꾸고자 노후 배선 교체, 닥트 설치, 조명·바닥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출입문부터 화장실까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고 나니 쾨쾨하기만 하던 작업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자리에서만 13년 있었지만, 사장 포함 4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업체라 바쁜 일감 처리에만 몰두할 뿐 환경 개선은 꿈도 못 꿨다. 장판으로 된 바닥은 뜯어질 때마다 테이프로 메꿨고 봉제 작업에서 나오는 먼지는 지하층을 핑계로 다 마실 수밖에 없었다. 환기도 안 되는 작업장에서 이름 모를 악취는 두통을 가져왔다.
 
개선 사업 이후 가장 만족도가 높은 부분은 바로 환기로, 덕트가 설치되면서 더이상 옷감 부자재에서 날아다니던 먼지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지하랑 어두운 줄로만 알았던 조명도 LED로 바꾸고 물청소도 못할 정도로 낡았던 화장실도 바꾸니 일하는 기분까지 달리졌다. 
 
문정자 문정어패럴 사장은 “코로나19로 일감이 많이 줄었지만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돼 기분은 너무 좋아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을 정도”라며 “당장 직원들이 일하기 편해졌다고 좋아해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시 의류제조업체 작업환경 개선 지원사업을 받은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업체 가영. 사진/박용준기자
 
마찬가지로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업체 가영을 운영하는 이승우·김다인 부부는 입을 모아 “진작에 몰랐을까”라 말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들 부부는 창신동 봉제인들 중 가장 막내뻘되는 나이로 나름대로 시설 투자에 신경쓰며 여유있을 때마다 기계 수리나 페인트칠 정도로 환경을 돌봤다.
 
하지만, 반지하에 45평이나 되는 넓은 작업장 특성상 환기가 잘 안 됐고, 단순 수리로는 20년이나 지난 기계가 점점 버텨내지 못했다. 작업장 전체를 바꾸는 규모의 환경 개선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개별 사업자 입장에서 구상도 쉽게 못했다.
   
개선 사업 이후 산업용 흡입기와 산업용 환풍기, 덕트를 새로 설치해 분진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잡았다. 화재 위험까지 지적받았던 전기시설도 새로 교체하면서 이들 부부가 요구한 선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이들 부부는 “지하에 있다보니 이전까진 다들 일하기 꺼려 사람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바뀐 환경을 보고 ‘나도 와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며 “이대로 10년, 20년은 시설 투자 걱정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의류제조업체 작업환경 개선 지원사업은 의류제조 작업의 특성상 분진 등 건강 저해요인에 상시 노출되지만 열악한 업체 여건으로 인해 자발적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착안했다.
 
각 자치구에서 열악한 업체를 추천하면 사전 실태조사와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업체별 수요에 맞는 지원품목을 확정한다. 각 업체별로 900만원까지 지원해 업체 자부담 10%다. 올해 377개 업체에 개선 완료했다.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자발적 개선 의지가 강한 업체에는 추가로 정리수납 컨설팅과 사업장 맞춤형 건강관리 지원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위험요소 제거와 작업환경 개선, 작업능률 향상을 목표로, 나아가 신규 일자리 확대 여건 조성까지 기대하고 있다.
 
노수임 도시제조업거점반장은 “대부분의 봉제업체 환경이 열악해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업계 전반에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개선한 업체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더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정자 문정어패럴 사장이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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