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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꼬마빌딩 소액투자 길이 열렸다
역삼런던빌 투자 카사1호 공모…연 3% 배당보다 차익에 ‘밑줄 쫙’
개인끼리만 거래? 불확실성 높아 1호 안착 확인 먼저
2020-11-24 13:00:00 2020-11-24 14:06:1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소액으로 꼬마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을 쏙 빼닮았지만 증권시장 밖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대체투자다. 연예인들이 꼬마빌딩을 사서 수억,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뉴스가 일상이 된 세상,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달려들면 안 된다. 투자 실행 전에 살펴야 할 것이 꽤 많다. 초기 상품이라 불안한 구석도 보인다.  
 
부동산 소액투자가 앱 안으로
 
디지털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Kasa)’의 첫 번째 투자상품이 25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접수를 시작한다. 
 
카사는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거래 단위는 ‘댑스(DABS)’다. DABS는 ABS(Asset Backed Securities, 자산담보부증권)을 디지털화했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주식의 1주, 수익증권의 1좌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 물건에 투자하는 수익증권이란 점은, 공모를 거쳐 현재 수익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는 부동산펀드 수익증권을 닮았고, 5000원 단위가 기준이 된다는 점은 주식의 액면가를 닮았다. 또 거래 방식이 경쟁매매가 아니라 상대매매라는 부분은 K-OTC를 닮았다. 
 
수익증권 거래에 암호화된 블록체인을 도입했고, 부동산 그중에서도 꼬마빌딩을 상품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다. 
 
 
카사의 DABS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기존 투자상품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관리 주체다. 카사는 금융위의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었다.  
 
부동산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리츠(REITs)는 개별종목이 하나의 부동산투자회사, 즉 기업이다. 국토부에서 관리하며 부동산투자회사법을 따른다. 부동산펀드는 자본시장법 아래 있으며 대부분 약속된 기간(3~5년) 동안 추가 입금이나 중도환매가 불가능하다. 다만 최소한의 환금성을 위한 장치로 증권시장에 펀드 소유권을 상장시켜 거래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이것이 상장 수익증권이다. 
 
이것만 보면 기존 상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이 있으니 투자 대상이다. 
 
리츠와 부동산펀드는 주로 큰 물건에 투자한다. 오피스 빌딩, 리테일 물건 하나하나가 수백, 수천억 단위다. 특히 리츠는 투자 대상의 유형이 소매점, 물류창고, 주유소, 통신사 타워 등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카사가 투자하는 물건은 훨씬 작다. 1호 공모자금으로 투자할 물건은 감정평가액이 100억원 미만이다.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부동산펀드 수익증권 중 가장 작은 종목이 설정액 270억원인 ‘도쿄중소형오피스1(한국투자도쿄중소형오피스펀드)’이니까 이에 비하면 ‘꼬마빌딩’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익증권 공모 발행 후엔 카사 앱을 통해 DABS를 매매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공모에 참여하지 않아도 매도자가 있으면 앱에서 살 수 있다. 물론 이때는 공모가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일 것이다. 
 
꼬마빌딩, 연 3% 배당보다 차익에 방점
 
그렇다면 카사 공모1호는 어떤 상품인지 알아보자. 
 
공모1호가 투자하는 물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797-24에 소재한 역삼 런던빌 빌딩이다. 지난해 10월에 완공해 이제 막 1년이 지난 지하1층, 지상8층의 신축이다. 
 
이 빌딩은 글로벌 명문 PCA국제학교 단일 임차인이 빌려 쓰고 있으며 5년 임차계약을 맺어 이제 1년 지났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삼역, 3호선 양재역이 도보 10분 정도 거리다. 유동인구 많은 곳, 국제학교가 임차인이므로 당분간 임대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건물의 법적 소유주는 한국토지신탁이다. 투자자는 수익증권을 소유하고 배당과 매각 차익 등의 권리를 갖는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여러 종류의 세금이 발생하는데 투자자들이 세금을 줄이는 데는 이 방식이 유리하다. 공모 2호, 3호는 다른 신탁사가 맡을 수 있다. 
 
런던빌의 감정평가액은 95억8000만원이다. 중앙감정평가법인(95억100만원)과 가람감정평가법인(94억5200만원)의 평가액에 따른 것이다. 두 기관이 각각 9월과 10월에 감정평가를 진행했기 때문에 경매에서처럼 부동산 상승기에 6개월 이상 감정평가일이 벌어져 발생하는 저가 메리트는 기대하기 어렵다. 
 
감정평가액은 96억원 미만인데 액면가 5000원인 DABS 발행수량은 203만6000주, 공모금액이 101억8000만원이다. 여기에는 각종 수수료 등 비용이 포함된 탓이다. 
 
수수료는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일단 공모 상품 내용을 자세히 보자. 지역과 물건은 양호하다. 감정평가액도 과하거나 덜하지 않고 적정할 것이다. 그 다음은 수익성이다. 
 
임대수익은 계약에 따라 인상되겠지만 임대수익을 재원으로 투자자들에게 돌아올 몫은 연 3.0% 분배금이다. 1년에 한번 주는 것은 아니고 연 3.0%를 나눠서 분기마다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연 6% 넘게 배당하는 리츠나 부동산펀드보다 못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꼬마빌딩에 투자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예인이 강남 한복판의 꼬마빌딩을 샀다는 뉴스를 봤다면 임대수익 목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와 똑같다. 강남이라는 희소성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카사코리아 측은 역삼동의 지가 상승률이 연평균 5.2%였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큰 물건이라면 임대수익이 적은 것은 감수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강남에서 연 3% 임대수익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빌딩에 소액으로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번 공모는 25일부터 12월3일까지 진행된다. 개인 청약 가능금액은 5000원부터 2000만원까지다. 
 
단, 상장하는 주식처럼 공모금액을 초과할 경우 청약경쟁률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 마감이다. 예정보다 빨리 101억원을 채우면 끝이다. 반대로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하는 경우엔 나머지를 누군가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 자체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 청약증거금은 12월7일에 환불된다. 
 
런던빌 DABS의 카사 앱 입고일은 12월10일, 상장 예정일은 18일이다. 
 

카사코리아가 25일 첫 번째 꼬마빌딩 투자상품의 공모를 시작한다. 사진은 카사 애플리케이션 공모1호 상품 안내 화면.
 
 
운용기간·목표수익률·엑시트 미지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가 심의해 물건을 정했고 복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했고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를 진행 중이며 신탁회사, 은행이 건물관리와 투자자 예치금을 관리하는 등 체계는 제대로 잡혀 있다. 플랫폼 보안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자산운용사들처럼 분기마다 리포트도 발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카사 공모1호는 관심을 가질만한 확실한 매력 포인트를 갖고 있는데, 몇 가지 걸리는 점들이 있다.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짚어보자. 매매(시세)차익은 배당소득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가 아니라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배당소득에도 15.4% 세금을 뗀다. 이것은 주식도 펀드도 똑같다. 시세차익에 붙는 15.4% 세율은 양도세를 내는 것에 비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펀드처럼 수수료도 뗀다. 선취수수료는 신탁업자에게 공모금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액의 0.7%, 플랫폼 상장수수료는 1.2%, 더해서 1.7%가 빠진다. 물건 감정가액보다 공모금액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신탁회사가 0.2%의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나중에 매각할 때에도 신탁회사와 플랫폼업체에게 각각 매각차익의 7%씩 돌아간다. 합산 14%이므로 꽤 큰 돈이긴 한데, 부동산 사모펀드도 성과보수를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과보수가 많으면 차익도 크다는 의미다. 좋게 생각하자. 
 
그런데 배당수수료가 붙는 게 특이하다. 플랫폼 앱 카사가 배당할 때마다 2.0%를 뗀다. 투자설명서 상의 재무제표에는 분기 순이익을 8490만원으로 예시했는데 이를 전액 배당하면 연환산 3.3%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받는 배당이 이보다 적은 연 3.0%인 주원인이 이 수수료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앱에서 DABS를 매수, 매도할 때는 거래금액의 0.2%가 매매수수료로 부과된다. 
 
두 번째. 연 3.0% 배당을 포함해 얼마를 목표로 한다는 총 투자수익률(IRR)이 없다. 런던빌 시세가 얼마나 상승 또는 하락했을 때 매각을 추진한다는 조건도 설정돼 있지 않다. 일반 부동산펀드처럼 3년, 5년 운용기간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어서 투자자로서는 자금 운용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카사 앱을 이용하면 현금화가 가능한데, 실제 수익증권 거래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무리 없을 정도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된 부동산 수익증권은 약 90개 종목, 이중에서 그나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5종목 안팎이다. 덩치도 크고 수익증권 좌수와 투자자도 훨씬 더 많은 상장 수익증권의 거래 상황이 이런데 100억원 규모 수익증권 거래량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거래 희망자가 있어도 시세와 크게 차이나는 가격에 호가를 내는 식이면 의미가 없다. 
 
특히 이번 공모가 앵커 투자자 없이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만 진행되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유동성 공급자(LP)가 있는 것이 아니고 회사 및 대주주, 관계회사 등 기관이 공모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어서 개인들끼리의 거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거래가 너무 많아도 문제 소지가 생긴다. 기초자산이 부동산이어서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은 낮은데 오직 트레이딩으로 DABS 시세가 뛸 경우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없던 꼬마빌딩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온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카사 앱에 상장된 후의 2차거래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와 사모펀드 투자자들만 접근 가능하던 시장이 개인에게 열린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지만, 엑시트에 대한 우려는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2호, 3호 공모도 강남 주요지역 물건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1호 상품의 안착을 지켜보면서 다음번 공모를 기약하는 편이 좋겠다. 만약 회사 측 설명대로 1호 상품이 상장 후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면 이때 런던빌 DABS를 매수해도 늦지 않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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