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이해당사자와 멀어지는 구글 독점방지법
국회 과방위 공청회 열었지만…구글 정책 변화 직접 영향받는 콘텐츠기업·소비자 빠져
인기협 "수수료율 상한 설정까지도 필요 없다, 결제 수단 강제만 막아달라"
2020-11-10 15:52:46 2020-11-10 16:25:3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을 '갑질' 방지법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처리를 약속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법안 처리가 한 차례 미뤄졌고, 뒤늦게 열린 공청회에는 이해 당사자가 빠진 채 논의가 공회전했다. 콘텐츠 기업들은 내년 1월부터 당장 신규 애플리케이션(앱)은 변경된 정책을 적용받는데 논의는 제자리 걸음인 데다 업계의 요구와도 멀어지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구글 인앱결제 강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글 인앱결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이병태 카이스트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가 진술인으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김상돈 원스토어 운영지원실장, 김진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기업 측으로 참석한 김현규 부회장과 조동현 대표는 모두 모바일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구글의 정책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글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정책 변경으로 인앱결제 및 수수료 30%를 확대 적용하는 대상은 영화·책·음악·만화 등 게임 외 콘텐츠다. 구글은 기존에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되는 앱 중 '게임'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했다. 동영상·웹툰 등 게임 외 콘텐츠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 이용을 허용했고, 수수료도 10%만 받았다. 
 
공청회에 참가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여야 간사 협의 과정에서 진술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인 자신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영향을 제대로 설명한 진술인은 없었다. 임재현 전무는 지난달 국감에 이어 공청회에서도 이번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100여 개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정종채 변호사나 김현규 부회장 등 게임 외 콘텐츠 기업과 관련 없는 이들에게 요구했다. 김진모 과기정통부 과장도 "구글 데이터와 저희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아서 (100여 개가) 맞다 틀리다 확정하기 어렵다"라고 했을 뿐이다.
 
구글의 정책 변화에 대한 비용적 측면에서의 영향도 기존에 30% 수수료와 인앱결제를 적용받고 있던 모바일 게임 기업 대표가 답했다. 이 때문에 과방위 의원들은 조동현 대표에게 "수수료는 초반부터 30%로 정해져 있어 고정 비용이라고 생각했다"라거나 "인앱결제 매출은 19%, 광고 매출은 77%라서 수수료 영향이 적다"는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공청회를 지켜본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20%p나 오르는 웹툰이나 웹 소설 업체가 아니라 게임업체가 진술하러 갔으니 정책 변화와 크게 관계 없는 의견이 나온 것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인터넷 업계는 입장문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은 단순하다고 설명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제 행위'만 막아달라는 것이다. 
 
인기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정에서 포함되어야 할 금지행위로 △앱 개발자에 대해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말 것 △부당하게 앱의 심사를 지연하거나 배포를 제한하지 말 것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지 말 것 △부당하게 앱 개발자 또는 앱을 차별적으로 취급하지 말 것 등을 꼽았다. 자신들이 개정안에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수수료율 상한선 설정이나 동등 접속권 등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사업자인데 무분별하고 과도한 시장규제를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이 건은 독점적 지위에 대한 문제이고 그게 공청회에서 드러나지 않아 유감이다"고 말했다.
 
인기협은 "누군가가 말하는 1%, 100개사는 영화·방송·교육·음악·출판 등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유통사이자 대다수 국민이 애용하는 토종 플랫폼"이라며 "수치상 정확성을 떠나 현재 위 1%, 100개사의 서비스에는 수십만 창작자의 저작물이 유통되고 있는 바 절대 영향력이 적지 않고 평가절하될 대상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을 전할 진술인이 빠졌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소비자 후생과 관련된 변화에 대해 질의했으나 공청회장에는 소비자 단체나 이를 대표할 진술인 또는 참고인이 없었다. 이에 민생경제연구소·올바른통신복지연대·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단체는 열린 토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듣겠다는 국회의 입장을 믿고 기다렸지만, 공청회에는 극히 일부 업종만 참여하고, 실제 피해자인 이용자 국민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공청회의 본래 취지에 맞는 진행을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업계는 법안 통과를 지연하고 있는 야당의 태도에도 의문을 표했다. 국감 동안 법안 처리를 합의했는데, 돌연 기존 앱은 내년 9월 이후부터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영향을 받는다며 좀 더 숙고하자며 공청회까지 끌고 온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월부터 인앱결제와 30% 수수료를 강제 받는 신규 앱들은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이 아닌가"라며 "다음 달 초까지 법안을 통과하지 않으면 소급적용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텐데 왜 자꾸 미루자는 건지 갑갑하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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