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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바이든’이냐 ‘샤이 트럼프’냐···여론 조사는 바이든 우세
트럼프 측 "현실과 괴리된 여론조사 수치" 반박…여론조사기관들 "변수 보정, 예측 정확도 높여"
2020-11-02 16:48:37 2020-11-02 16:48:37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론 조사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어느 쪽도 안심하거나 단념하진 못한다. 이번에도 ‘샤이트럼프’가 예측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한편, ‘히든바이든’ 세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공존한다. 이 가운데 미국 내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6년 예측 실패 실수를 바로잡았다며 조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2일 미국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뉴스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선 여론조사(오차 범위 ±3.1% 포인트) 결과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52%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42%보다 1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서는 여성과 노년층, 흑인 유권자가 바이든 후보 주 지지층인 것도 부각됐다.
 
바이든 후보는 특히 승부처로 꼽히는 워싱턴,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6개 경합 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선거 분석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각종 여론조사 분석 결과,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1일(현지시간) 기준 49.2%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 45.5%에 비해 3.7%포인트 앞섰다고 밝혔다.
 
러스트벨트 3개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 RCP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미시간 7.0%포인트, 위스콘 6.0%포인트, 펜실베니아 4.0%포인트 우세하다고 했다. 반면 펜실베니아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은 1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 후보 지지율이 바이든 후보가 51%, 트럼프 대통령이 44%로 7%포인트 격차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달 전 10%포인트 벌렸던 것보다 3%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남부 선벨트 3개 경합주에서는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른 결과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지지율 조사 결과,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후보가 50% 트럼프 대통령이 49%, 등록 유권자층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47%, 트럼프 대통령이 49%를 기록했다. 등록 유권자 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한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47%, 트럼프 대통령이 44%라고 밝히며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고 했다. 더힐 역시 바이든 후보가 50%, 트럼프 대통령이 47%라고 했다.
 
애리조나도 조사 기관마다 결과가 달랐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밝혔으나 라스무센과 트래펄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하다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도 더힐과 CNN은 바이든 후보가 앞선다고 했지만 라스무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하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여론 조사 결과 대체로 바이든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여론조사가 현실과 괴리된 수치라며 반박한다. 지난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섰으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예측 결과와 실제 투표 간 차이는 ‘학력’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학력 수준이 낮고 정치에 관심이 크지 않아 여론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를 변수로 고려해 보정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오게 된다. 또 트럼프에 투표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샤이트럼프’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2016년의 예측 실패를 보완해 대부분의 기관이 표본 선정에 ‘학력’변수를 추가했다. 더욱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단 팬덤에 가까운 결속력을 보이며 인종차별 시위에 맞불 시위를 벌이거나 코로나19 규제 철폐 요구 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내 ‘샤이트럼프’ 현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흑인들이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8월 말과 9월 초 실시된 WP-ABC 뉴스 전국 여론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가운데 92%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CNN은 지난 10월27일 메릴랜드에서 흑인 유권자의 사전투표 비율이 지난 대선에 비해 10배 이상이라며 26일까지 19만2776명의 흑인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마쳤다고 했다. 조지아에서도 흑인 유권자들이 두 배 이상의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한다. CNN은 흑인 유권자들이 실직과 백인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한 불만, 대법원이 오바마케어를 뒤집을 것이란 불안감에 투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히든 바이든(Hidden Biden)’ 집단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본 적 없는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올해엔 주변 사람들 몰래 바이든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전문가들은 ‘히든 바이든’의 존재가 바이든이 승리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이번에도 대다수의 언론이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폭스뉴스는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하기를 꺼린다며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CLA 네이션스케이프 여론조사는 2016년도에 비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가 10%에서 21%로 증가했고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22% 35%로 늘었다고 했다. 네이트콘 뉴욕타임스 기자는 “비백인 마초 남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할 수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인종을 떠나 블루칼라 남성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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