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임차인이 전세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맡기고, HUG가 이를 운용해 임대인에게 약정수익을 지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이 도입됩니다. HUG는 월세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과 전세 거주를 원하는 임차인의 수요를 연결해 임차인의 전세금 미반환 위험과 월 주거비 부담을 낮춘다는 구상입니다.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3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문희정의 끝내주는 경제'에 출연해 전월세 안심신탁(이하 안심신탁)의 도입 배경과 계약구조, 전세금 운용방식, 임대인과 임차인의 혜택 등을 소개했습니다.
집주인 안 거치고 HUG가 보관·반환…근저당 주택도 가능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대인과 임차인, HUG가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금을 HUG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기존 전세계약에서는 임대인이 전세금을 받은 뒤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반환하지만, 안심신탁에서는 HUG가 전세금을 관리하고 계약 종료 때 직접 반환해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 사장은 최근 4~5년간 전세 사고와 전세 사기가 이어지면서 HUG의 보증금 대위변제액이 약 12조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HUG가 공공기관인 만큼 보증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증금을 지급해왔다며 안심신탁에 맡긴 전세금 역시 원금을 100% 보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20억원 이하 주택을 우선 대상으로 합니다. 불법건축물이나 일부 하자가 있는 주택, 시세보다 전세금을 과도하게 책정한 계약 등을 제외하면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 유형과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소득 제한도 두지 않을 방침입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 사장은 안심신탁은 전세금을 HUG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근저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가 제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오른쪽)이 3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문희정의 끝내주는 경제'에 출연해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문희정의 끝내주는 경제' 갈무리)
급격한 월세화 충격 완화…임대인·임차인 수요 연결
최 사장은 10월 신청을 전제로 임대인에게 연 4.5%의 고정수익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3%대인 데 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수료 절감과 임대소득세 경감 등을 더하면 5%에 육박하는 수익 효과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임대인은 월세 연체나 미납에 따른 부담이 없고,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최대 2개월간 월세에 해당하는 수익을 지급받게 됩니다.
이어 그는 최근 4~5년 사이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돼 월세 비중이 70%에 육박하고,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이 5% 안팎까지 올랐다고 짚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와 최소 1.5%포인트 차이가 나는 만큼 전세금 2억원을 기준으로 임차인의 주거비를 연간 약 300만원, 월 약 25만원 줄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최 사장은 안심신탁은 의무가입 제도가 아니라며 "임대인은 안정적인 월세를 바라고 임차인은 전세 제도가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양자의 미스매치를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등 규제지역 주택을 보유한 주택연금 가입자가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주택연금과 안심신탁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최 사장은 주택연금을 유지하면서 기존 주택을 안심신탁에 맡겨 안심신탁 수익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라며, 제도 발표 이후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들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탁금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로…공공임대 활용도 구상
임차인이 맡긴 전세금은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를 통해 운용됩니다. 최 사장은 펀드를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고 초기에는 HUG가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PF 운용에 따른 원금 손실 우려에 대해서는 HUG의 보증심사를 거친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 사장은 HUG가 2013년 이후 약 100조원 규모의 PF 보증을 취급했으며, 이 가운데 대위변제로 이어진 금액은 810억원으로 약 0.081%라고 말했습니다. 사업성과 수익성 등을 심사해 HUG가 보증한 PF 사업장에 대출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임대인에게 약정수익을 지급한다는 구상입니다.
신탁자금이 충분히 쌓일 경우 이를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최 사장은 대규모 신탁자금이 조성된다는 가정 아래 일부 자금으로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내놓으면 신축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대인이 HUG에 주택을 등록하면 임차인이 HUG나 중개업소 등을 통해 안심신탁 매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먼저 합의한 뒤 HUG의 적정성 검증을 거쳐 3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HUG는 9월 말 정확한 수익률과 임대인 인센티브 등 세부 사업조건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임대소득세 경감 수준과 공제율, 안심신탁을 전제로 한 임대인 대출 가능 여부 등은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합니다. 안심신탁 사업 신청은 10월부터 받을 예정입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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