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지만 미·중 정상의 '빅딜'은 없었습니다. 양국이 회담 직후 '성과'를 부각해 각각 공식 발표에 나섰지만 대만 문제도, 희토류 등 공급망 문제도 '평행선'에 불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갈등 관리 차원의 '휴전 연장'으로 정리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마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휴전 2달 연장 그쳐…비민감 품목 합의만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성과를 각각의 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시 주석이 23~25일(이하 현지시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워싱턴 D.C.에서 떠난 직후 팩트시트(설명 자료)를 통해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중국은 시 주석의 귀국 이후인 26일 <신화통신>을 통해 8개 성과에 대해 미·중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발표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무역 분야에서 '휴전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우선 양국의 무역 갈등에서 '비민감 품목'을 제외해 완충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양측은 지난 5월 설립한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미국산 농산물·수산물·목재·화장품·의료기기와 중국산 소형가전·장난감·어린이용 카시트 등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여기에 11월10일 종료 예정이던 무역전쟁의 휴전을 내년 1월10일까지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최소 1000만톤의 미국산 석탄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세부 품목과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8대 성과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무역 합의의 경우 중국은 '장기 무역 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번 합의에서는 추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그쳤습니다. 대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휴전 연장이 더 큰 규모의 무역 합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인공지능(AI) 관련 양국의 경쟁에 안전판이 마련된 건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입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양국은 AI 대신 '초지능(SI·Super Intelligence)'이라는 용어 사용에 합의하고, 위험과 혜택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미·중 초지능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오는 11월 첫 후속 협의를 열고, 관련 사고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소통 채널을 구축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회담' 다른 '발표'…뇌관 여전
하지만 양국이 각각 발표한 '성과표'를 뜯어보면 핵심 현안에서 여전한 '평행선'이 발견됩니다. 우선 양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생략했고, 각각 발표한 내용 중에서도 상대국 발표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이 발표한 SI라는 표현은 중국 측 발표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두 정상이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AI 관련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AI라는 표현을 기존대로 사용했습니다.
관건은 핵심 현안에서의 괴리입니다. 백악관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 문제와 관련해 "핵심 광물 공급 부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 규모와 이행 방식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측 결과 발표를 보면 희토류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습니다. 무역전쟁의 핵심 사안인 희토류에 대해 논의 자체도 공식화하지 않은 겁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AMD의 리사 수 CEO가 이번 국빈 만찬에 두 정상과 같은 헤드 테이블에 앉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한 어떤 발표도 없었습니다. 미국의 주요 규제는 여전히 유지 중인 상태입니다.
국제 현안에서도 이견은 여전합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문제까지 논의했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란 문제만 언급했습니다. 대신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국제 수로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대를 표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라는 입장을 '견지'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 관련 합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대만에 대해 오래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내 입장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시 주석이 '대만 독립 반대'를 요구하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양국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가 회담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양국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설정해 놓은 핵심 현안에는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향후 회담에서도 양국의 긴장 관계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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