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연장전' 준비?…델타·반도 지분 늘린 이유는
올해 산 지분, 정기주총선 '무용지물'…임시주총 염두 속내
추가 매입 가능성 있지만 델타 '법'·반도 '시간' 제약
입력 : 2020-02-27 06:02:15 수정 : 2020-02-27 06:02:15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다음달 말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국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이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산 지분은 정기 주총에서 유효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 모두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우호 세력 지분을 모두 합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약 39.25%다. 경쟁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확보 지분율은 37.62%로 조 회장이 1.63%p 앞선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조 전 부사장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말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주주연합을 결성했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지분율 접전…진짜 승부는 정기 주총 이후?
 
특히 조 전 부사장 연합군이 '지분 모으기'에 잔뜩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반도건설은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앞세워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지분 297만주(5.02%)를 매입했다. 지분 매입에는 약 1427억원을 썼다. 여기에 KCGI도 지분율을 0.54% 늘리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 회장 측도 우호 세력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10% 지분율을 가지고 있었던 델타항공은 최근 1%를 더 확보해 11%를 가지게 됐다. 카카오도 올해 초 주식 40여만주를 사며 한진칼 지분율이 1%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외국인이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한진칼 주식 1%가량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전해지며 델타항공이 지분을 또 늘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델타항공은 그동안 이 창구들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추측이 맞다면 델타항공은 모두 12%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주주명부가 마감됐기 때문에 이후에 산 지분율은 3월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이 때문에 추가 지분 확보는 3월 주총 이후 생길 수 있는 임시 주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정기 주총에서는 한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조 회장이 약간 더 유리한 고지에 있어 패배한 주주연합이 이후 임시 주총을 소집할 가능성은 있다. 양측 모두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분율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는 관측이다.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이 최근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델타항공 항공기(왼쪽)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오른쪽). 사진/델타항공, 뉴시스
 
항공사 델타 vs 건설사 반도…얼마나 더 살까
 
이처럼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에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들이 얼마나 더 지분율을 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은 항공사로 관계 강화를 위해 지분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JV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조 회장을 지원한다는 추측도 하고 있다.
 
앞으로 델타항공이 살 수 있는 한진칼 지분율은 4% 미만일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다른 상장사의 주식 15% 이상을 소유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법에서는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를 소유할 수 없게 돼 있어 앞으로 지분율을 매입한다고 해도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는 선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반도건설은 여유자금이 1조원 정도 있어 아직 실탄은 두둑하다. 현재까지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해 들어간 투자금은 3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자금보다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반도건설은 울산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경기 남양주 반도유보라 메이플타운 2.0 등의 분양대금을 한진칼 지분 매입에 썼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분양대금은 다음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자금으로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한진칼 주식에 마냥 묶어둘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의 경우 정부의 집값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장 부동산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주식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본업을 제쳐두고 한진칼 경영권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에 빠른 기간 안에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짓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건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진칼 최대주주 등극을 원한다는 증권가 전망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호반, 부영, 중흥 등 풍부한 현금 보유를 활용한 중견건설사의 M&A(인수합병) 시도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 의도는 좀 더 큰 그림 아래 기획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미국 교통부로부터 조인트벤처 최종 승인을 받은 후 기념촬영하는 조양호 전 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 조원태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델타항공 경영진.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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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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