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조선업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방지책 안 만드나, 못 만드나
5개월 전 실족사와 판박이·회사와 고용부 대응은 5년 전 사건 그대로
"집중 조사해야 하는 건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과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
입력 : 2020-02-26 06:20:19 수정 : 2020-02-26 06:20:1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김모(62)씨 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사내협력사의 재하도급 업체 소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고 직후 경찰,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현장을 조사한 노조 측은 회사의 안전관리 소홀과 이에 대한 고용부 감독 부실 지적과 함께 사정당국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회사는 추도문을 내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25일 현대중공업과 금속노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고용부와 경찰이 김씨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족의 반대와 ‘산업현장 추락으로 인한 외인사’를 적시한 사망진단서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이 김씨의 부검을 진행하려 해 논란이 됐다.
 
경찰의 부검 시도는 전날과 이날 오전 두 차례 있었다. 유족들은 사고의 원인이 명백하고 고인의 시신을 훼손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부검영장을 신청한 검찰은 “사용자 측에서 고인이 기존에 어지럼증이 있고 다리를 다쳤거나 불편해 추락한 것이지 회사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어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준비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 및 다수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 현장은 정밀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출입증이 발급된다. 김씨는 작년 말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사내협력사의 재하도급 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출입증 발급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게 아닌 이상, 적어도 최근 6개월 내 작업하기에 적합한 건강상태였다는 점을 회사에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이번 부검 시도가 2014년 4월 작업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으나 경찰이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 정범식씨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결국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약 5년 만인 지난해 9월 ‘업무상재해’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단체는 “하청노동자의 작업중 추락사망이 명확한 이 사고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집중해 조사해야 하는 것은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과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25일 오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22일 작업중 추락으로 사망한 고 김모(62)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러 들어가는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부실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현장을 확인한 결과 안전망 등 추락방지 조치 미비 등 원청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하청노동자들이 진행하는 고소작업에서 동일하게 확인되는 문제이기에 전반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는데, 노동부는 김씨가 하던 ‘트러스 조립·설치’에 한해서만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에도 하청노동자가 가스탱크 캡 절단작업 중 협착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노동부는 전반적인 감독과 진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작업중지 범위를 해당 업무에 한정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사고 작업만 중지시키고 그 작업에 대해서만 일부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끝내는 잘못된 중대재해 작업중지 기준은 결국 5개월 만에 다른 공정에서 유사한 원인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53일간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40여건의 사고성 재해가 발생했다. 노조 측은 “노동부 감독의 의미는 사후조치가 아니라 사업주의 위법행위를 사전에 확인해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예방조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 건 현황 파악해가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작업중지명령은 우선 명확한 부분에 한해서 한 거고 주말부터 계속 현장을 나가 확인하면서 범위를 추가하고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과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에 따라 집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추도문을 내 애도를 표하고, 논란에 대해서는 “부검은 검찰과 경찰이 판단하는 문제로 회사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 “관계 기관과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현장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7년 구성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하청노동자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다단계 재하도급 금지 △무리한 공정 진행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조선업 안전관리 법제도 개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업 사고사망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사망자 전원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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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산업1부. 중공업·조선·해운·철강·방산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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