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한진그룹 발전 방안에서 떠오른 옛 기억
입력 : 2019-02-20 00:00:00 수정 : 2019-02-20 00:00:00
한진그룹이 얼마 전 발표한 중장기 비전과 경영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사외이사를 늘려 총수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유휴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배당성향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 확대 계획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진그룹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심각한 수준임을 인식하고 변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변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다. 핵심인 조양호 회장 일가와 그 측근에게 집중된 지배력과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없어서다.
 
행동주의펀드 KCGI의 제안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는 단순히 배당금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의 분석처럼 지배구조 개선과 그에 따른 경영 합리성 제고를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CGI가 한진그룹의 발표에 대해 기존 경영진 연임과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임기응변이자 미봉책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한진그룹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사회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에서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지금 상황을 일단 잘 넘기고 보자는 식이란 해석을 내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한진그룹의 이번 방안을 보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운명이 엇갈린 해운업 구조조정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생존했지만 한진해운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로 갔다가 파산했다. 대주주가 고통 분담 원칙에 따랐는지 여부가 두 회사의 생존을 결정지었다.
 
채권단은 지속해서 원칙을 강조했지만 한진그룹은 자율협약을 제시했다 거부당한 자구안을 최종안으로 다시 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서 채권단은 비판을 받았지만 한진그룹의 태도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이전의 사례를 볼 때 계속 버티기만 하면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결국 여론에 떠밀려 채권단이 어쩔 수 없이 지원할 것이란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조 회장이 최순실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란 주장도 있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앞두고 49일만에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꼼수 사퇴'를 생각하면 그렇다.
 
채권단이 요구한 대주주 고통분담 거부, 국토부의 제재에서 경영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퇴,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행위와 과도한 지배력이란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발전방안. 모두 조 회장 일가 보호와 무책임이란 맥락이 닿아있다.
 
얼마 전 인기 드라마에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란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정립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사람보다는 기업의 잘못을 고치는 게 수월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고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도 사람을 고치는 게 어렵다면 더 수월한 방법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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