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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OPS 상향에 정유업계 긴장감 고조
아람코발 충격에 전전긍긍…원유 도입선 한계에 실적도 불안
2018-05-13 15:56:53 2018-05-13 21:09:2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정유 4사 중 에쓰오일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자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아시아에 판매하는 원유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독점 공급받는 에쓰오일은 유가 변동을 상쇄할 수 없는 경직된 구조로, 경쟁사보다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이달 초 아시아로 수출하는 아랍 경질유에 대한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9달러로 책정했다. 전달보다 70센트 높아진 것으로, 2014년 8월 이후 최고치다. OSP는 원유가격에 할증이나 할인을 적용할지를 알리는 지표다. 사우디는 매달 OSP를 발표하고, 지역별로 가격을 차등화한다. 아람코가 이달 초 제시한 OPS는 두바이유 기준 원유가격에 1.9달러를 더한 가격으로 기름을 수출하겠다는 의미다.
 
출처/유안타증권
 
이번 OSP 인상은 최근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흐름에 부합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 등 3대 유종은 지난 7일 일제히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강세다. WTI는 지난 8일 배럴당 69.06달러로 내려왔으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연내 배럴당 80달러대 진입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에 따른 경제제재 부활, 베네주엘라의 정세 불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재연장 등 공급감소의 요인으로 올해 유가의 고공행진이 유력하다.
 
황유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OSP는 이란의 원유 수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이란의 원유 수출이 어려워질수록 OSP는 상승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봉쇄됐던 지난 2012~2015년 사우디의 아랍 경질유 OSP 평균은 배럴당 최고 4달러까지 간 적도 있다. 여기에 아람코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유가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산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국내 정유업계는 아람코의 OSP 인상 움직임에 표정이 어둡다. 특히 에쓰오일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경쟁사와 비교해 최대주주인 아람코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100%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사우디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견제할 목적으로 OSP를 인하했던 최근 3~4년간 가장 큰 득을 봤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타 정유사들은 스팟(단기)거래를 통해 아람코보다 상대적으로 싼 값의 원유를 구할 수 있어  수익성 하락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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