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이야기)미워도 다시 한 번 '말쥐치'
입력 : 2017-03-17 06:00:00 수정 : 2017-03-17 16:39:11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기반연구부 해양수산연구사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따라 나서면 한참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한쪽 귀퉁이에서 파는 쥐포튀김을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타원형의 두툼한 쥐포를 기름솥에 넣어 튀겨냈는데, 늘 조금 과하게 익혀 발갛게 달아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빨간쥐포'라 부르기도 했다. 한쪽 귀퉁이를 찢어 씹으면, 두툼한 쥐포가 살결대로 풀리면서 입 안 가득 감칠맛이 퍼지는데, 그 맛이 참 좋았다.
 
과거에는 그물에 걸린 말쥐치는 거칠고 억센 껍질과 뿔처럼 단단한 등가시가 있어 그물을 망가뜨린다고 천대받아 버려지는 물고기였다. 그러나 말쥐치는 몸이 납작해 껍질을 벗겨 포뜨기가 수월해, 이를 직경 10-12cm 크기의 둥근 모양으로 조미하여 말린 것이 쥐포다. 남해를 중심으로 말쥐치의 어획량이 1980년 이후 많아지자 이를 활용하기 위해 쥐포 가공기술이 발달했고, 삼천포나 여수를 중심으로 쥐포 가공단지가 번창했다. 전국 각지로 유통된 쥐포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국민간식거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쥐치류 어획량의 공식통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만톤 내외의 어획량이 1986년 32만7000톤으로 역대 최고 어획량을 보였고, 1991년 10만톤 이하(6만9000톤)로 어획량이 떨어졌고, 3년 뒤인 1994년에는 1만 톤(44백00톤)이하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최근 5년간 어획량은 1000~2000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명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어종으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1990년대 이후의 말쥐치의 감소원인은 첫째, 과도어획을 들 수 있다. 말쥐치는 주로 대형트롤, 대형선망, 근해안강망, 정치망 등에서 어획되었는데, 이들의 어획강도와 어획량이 말쥐치 자원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과도하여, 자원의 급격한 감소를 일으킨 것이다. 둘째는 해양환경 변화 및 연안개발에 의한 어장의 황폐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활발히 진행되었던 간척사업 등의 연안개발과 환경오염 문제는 연안에서 주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말쥐치의 산란장과 치어 및 미성어의 성육장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셋째는 자원관리 방안의 부재다. 최근까지도 말쥐치의 자원관리 및 보호를 위한 금어기 및 금지체장 등의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못한 점은 자원의 감소를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안타까움 중 하나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지난해 5월 시행된 수산자원관리법에는 말쥐치의 산란기를 토대로 금어기(5월~7월)와 미성어 어획을 금지하는 금지체장(전장 18cm)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실제 작년 금어기인 5~7월에도 전년 동기 절반가량의 어획량이 집계된 바 있다. 이는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쥐치류 물고기들이 어업 및 위판현장에서 쥐치어(전남, 경남), 객주리(제주)등 지역 방언으로 통칭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말쥐치와 쥐치의 종 구분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파악된다. 올해 금어기와 금지체장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위해서 대국민 및 어업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말쥐치와 쥐치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형태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오는 5월 1일부터 3개월간 시행되는 금어기에는 말쥐치 자원의 회복을 위해 어획 및 위판이 전면 금지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의 대대적인 관심을 호소해본다. 아울러 연중 18cm 미만의 어린 말쥐치에 대한 어획자제도 당부 드린다.
 
어린 시절 내가 즐겼던 그 쥐포튀김을 우리 바다에 다시 한 번 말쥐치 자원이 풍부해져 후손들도 함께 그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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