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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영어 유창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플루언트|조승연 지음|와이즈베리 펴냄
2016-10-27 08:00:00 2016-10-27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한국의 ‘빗나간 영어공부’ 열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영어에만 쏟아 붓는 사교육비는 10조원 수준이지만 정작 그 효과는 미미한 게 현실이다. 여전히 암기식 공부와 스펙을 위한 점수쌓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진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다. 영어교육에 대한 올바른 목적론과 방향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플루언트’는 이 같은 한국사회의 영어교육 풍토를 꼬집고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 조승연이 기존의 암기식 접근 대신 나라별 문화와 역사, 언어의 차이에 대한 탐구적 접근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한국어와 영어의 다름에 집중하면서 시작한다. 동서양인들의 사고 패턴의 차이를 비교하고 영어와 한국어 문법의 차이에 주목한다. 또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 영어의 발달 흐름을 짚어본다.
 
각각의 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선 수많은 예문과 학문적 연구가 뒷받침된다. 가령 동서양인의 생각의 순서가 반대라는 점을 설명할 땐 리처드 니스벳의 동서양 사고방식 차이를 비교한 ‘어항 실험’을 언어적 어순 표현 방식과 연결시키며 설명한다.
 
또 ‘자동차, 자발, 자유’처럼 음절을 떼었다 붙여 단어를 만드는 한국어와 ‘tire, tired, tirelessly’처럼 단어의 뒤 꼬리를 구부리는 영어를 비교하거나 머리를 뜻하는 ‘Cap’으로부터 캐피탈리즘(Capitalism), 챕터(Chapter) 등의 파생어가 생성된 과정을 프랑스, 독일 등과 교류해 온 영국 역사의 과정 속에서 서술한다.
 
한국어와 전혀 다른 영어 사고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추천하는 학습 방법도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단순 암기식보다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단순한 문법 구조인 ‘I have to go’하나를 익히더라도 ‘have to’를 ‘해야만 한다’라고 암기하는 것이 아닌 ‘~에 가는 것(to go)’을 ‘가지고 있다(have)’, 그래서 임무라는 표현이 생기게 됐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식이다.
 
아울러 유창성을 위해서는 언어가 생겨나게 된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도 역설한다. 실제로 책에는 셰익스피어의 시나 고전 도서, 온라인 공개강의 MOOC 등을 활용해 ‘문화 독해력’을 쌓을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저자는 현재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5개 국어에 능숙한 ‘언어천재’다. 하지만 그 역시 외국어를 몸으로 ‘체화’하기까지 “연애만큼” 감성투자를 했다고 술회한다. 편한 방식만 좇으려 하는 이 시대에 그가 전하는 진짜 영어법은 다소 시간과 인내심이 걸리는 길일지라도 결국 우리를 진짜 영어 학습의 길로 안내하는 올바른 처방전일지도 모른다.
 
책 '플루언트'. 사진/와이즈베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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