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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아이콘 된 금융위)임종룡 위원장의 조급증이 부른 '거친 관치'
공기업들 노조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의결…정치권 가세로 민간기업 확대 요원
"차기 경제부총리 노린 치적용" 비판…임 위원장, 작년 장관평가 최고점 받아
2016-05-25 06:00:00 2016-05-25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지금까지의 금융개혁이 '착한 개혁'이었다면 앞으로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겠다.”
 
지난해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 올해 금융개혁에 대해서 밝힌 말이다. 지난해까지의 '착한 개혁'이 대부분이 공감하는 낡은 규제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앞으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더라도 금융권의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뜻이었다. 
 
시간을 그로부터 두 달 전으로 돌리면 지난해 10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그 유명한 '우간다 발언'이 있었고, 이 발언이 임 위원장 언행의 발단이 됐다. 최 전 부총리는 "입사 10년 후에 역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꼬집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경제부총리 발언의 의미를 잘 못 짚고 검토도 되지 않은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곧바로 성과주의 도입을 골자로 한 '거친 개혁론'을 꺼내들었다. 금융권에서는 성과연봉제의 시발점을 그때로 보고 있다.
 
최근 임 위원장의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 성과가 없다가 최근 보름간 금융공기업들이 줄지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관으로까지 추세가 확대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기업 대부분은 금융당국의 '시한부 도입 방침'에 쫓겨 노조의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결정한 경우다. 금융당국도 비교적 '관치' 논란이 적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도입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노조의 반발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금융현장에서는 지나치리만큼 금융위가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방안은 정부안보다도 강력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임 위원장이 청와대를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위의 성과연봉제 도입안이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권고안보다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의 반발이 특히 거센 이유도 금융위의 성과연봉제 도입안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권고안보다 더 나갔기 때문이다. 기재부 권고안은 차하위 직급인 4급 직원에겐 최고·최저 등급자 간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를 두지 않았지만 금융위는 전체 직원의 36%에 달하는 4급에도 격차를 두기로 했다.
 
또 기재부는 최고·최저 등급 간 총연봉 차등폭도 간부직만 20~30%선으로 권고했지만 금융위는 비간부직에게도 20%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전체 연봉 대비 성과연봉의 비중 역시 기재부는 공기업은 30% 이상, 준정부기관은 20% 이상 적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일괄 공기업 수준인 30% 이상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공기관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사후예방 성격이 강한 기관에 정부안보다 높은 성과기준을 책정한 것이 화근이 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5월 도입 시한' 방침은 금융공기업들에는 통하는 듯하다. 그간 성과주의 도입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던 금융공기업들은 5월 들어 새로운 전략을 폈다. 공식적인 노조의 동의 절차 없이 개별적으로 직원의 동의서를 얻는 우회 수법을 쓰거나 사측이 이사회를 통해 단독으로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9개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6곳으로 이미 과반을 넘어섰는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기업은행 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 42조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조의 의견을 듣고,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할 경우엔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와 사측은 성과연봉제가 모든 근로자에게 불리한 게 아니어서 노사 합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소지가 있는 만큼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하는 데도 이사회 결의로 대체했으니 법 위반이라고 맞선다.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20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난 첫 민생 경제 현안점검회의에서 여야 3당이 "성과연봉제는 2015년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합의안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노사 합의를 강조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성과주의를 계속 챙기는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주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금융공기업들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의 조급증은 임종룡 위원장의 치적용 또는 보고용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보고를 받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도입 실적에 내몰려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 스스로 노사관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룡 위원장은 작년 국가미래연구원이 시행한 현직 장관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기도 했다.
 
관가에서는 개각때마다 임 위원장의 '차기 경제부총리' 선임 여부가 여전히 관심거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개편에 이어 개각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금융위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소통보다는 언론플레이에 신경을 더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철밥통을 지키려 한다는 노조의 반발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지만 금융위가 금융권에 개혁을 일으키고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이와 같은 반발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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