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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콘텐츠의 시대와 '딴따라'
2015-11-30 14:50:19 2015-11-30 14:50:19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종편(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딱 4년이 됐다. 2011년 12월 1일이 JTBC, TV조선, 채널A 등의 개국일이다. 출범 당시 종편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주류 신문의 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새로운 채널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연예계에서는 "어떤 연예인이 종편에 출연할 것인가"가 단연 이슈였다. 종편은 개국과 동시에 정우성, 황정민 등의 톱스타들을 자사의 드라마에 캐스팅했고, "ooo, 종편행"이라는 타이틀의 뉴스가 연일 쏟아져나왔다. 당시만 해도 유명 연예인들의 종편 출연은 특별한 뉴스였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현재 유재석, 신동엽, 김제동 등 인기 연예인들이 종편을 통해 얼굴을 비치고 있고, 이들이 출연하는 종편의 간판 프로그램들은 웬만한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꾸준한 투자로 힘을 길러온 일부 종편과 지상파 사이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종편에 출연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연예 관계자는 "종편이 출범했을 당시만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그램의 질과 채널의 정치적 색깔 때문에 연예인들이 출연을 꺼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이야기가 달라졌다. 능력 있는 제작진이 합류하면서 프로그램의 질도 높아졌고, 화제성면에서 지상파 방송보다 오히려 앞서기 때문에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기반의 1인 미디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지상파에서는 1인 미디어의 포맷을 그대로 빌린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히트메이커 나영석 PD의 새 예능 역시 인터넷을 통해 방송됐으며, 아이돌 스타들을 앞세운 웹드라마가 제작돼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지상파든 인터넷이든 플랫폼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유명 연예인들의 종편 프로그램 출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의 시대다. 그리고 방송가에서는 연예인이 곧 콘텐츠다.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연예인의 파워 역시 세졌다. 지상파가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며 연예인들을 좌지우지하던 것은 옛날 이야기다. 이런 흐름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이 연예인을 '딴따라'라며 무시하는 일은 이제 잘 없다.
 
지난달 열렸던 대종상 시상식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가 시상식을 여는데 너희가 감히 안 올 수 있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깔린 발언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주요 부문 후보들의 섭외에 공을 들였다. "상을 줄테니까 오라"는 식이 아니라 스타들을 모시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결국 대종상 시상식은 주요 부문 후보들이 대부분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다. 반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참석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딴따라'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과 편견이 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해욱 문화체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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