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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유럽연합 초국적 난민정책 앞으로가 문제다
2015-10-05 06:00:00 2015-10-05 06:00:00
이종서 중원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2일 기존 목표 4만명에 추가 난민 12만명을 할당받는 '난민쿼터제' 방안을 통과시켰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4개국은 반대했고 핀란드는 기권했다. 난민쿼터제에 따른 회원국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10억 유로(1조3500억원)를 책정했다. 회원국에게는 난민 한 명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1인당 800만원이 지급될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정상들은 인접국 간접지원방안으로 국제난민구호기구에도 1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난민들이 유럽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회원국 국적취득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럽시민권 획득 자격요건은 회원국마다 다르다. 이는 이민자들로 하여금 국적 취득의 쉽고 어려움에 따라 이민 선호국이 생겨난 원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속지주의를 표방하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 후손들은 18세가 되어야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는 18세 이후에나 자연스럽게 유럽연합 시민이 되어 역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은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모두 채택하고 있다. 출생시 적어도 부모가 독일에 8년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했고 무기한 체류허가나 영주권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자녀는 자동으로 독일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회원국별로 다양한 국적취득 방법은 난민들의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 집행위원회는 연합 내 고질적인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2007년 가을 블루카드(blue card)라는 유럽연합 차원의 노동비자를 제안했다. 블루카드를 소지한 노동자는 2년 간 유럽연합 내 어느 국가에서라도 거주가 가능하다. 비 유럽권 출신의 의사, 엔지니어, IT 전문가 등이 대상이다. 30~90일 이내에 노동 및 체류 허가를 내주고 블루카드를 발급 받으면 90일 이내에 가족도 데려올 수 있다.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임금을 역내 최저임금의 3배로 지불해야하며, 이는 적어도 1년 이상 보장되어야만 한다. 집행위원회는 블루카드를 인정할 수 있는 범위와 카드소지자의 보건, 세금, 연금을 보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주자들에게 있어서 블루카드의 장점은 그들의 체류 만기 이후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고 유럽연합의 어떤 곳에서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블루카드 소지 후 2년이 지나면 타 회원국에서도 근무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 난민 사태로 인해 블루카드를 둘러싼 회원국들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며 지속여부 또한 불투명하다.
 
영국은 블루카드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마련한 '점수기반(pointed-based)' 이주관리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 시스템은 항목별로 점수를 만들어서 75점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면 비자를 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비자를 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영국은 이 시스템 하에 노동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술자와 숙련 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줬다. 영국은 포인트 제도가 관료주의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비난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쿼터제보다 세련된 제도라고 반박한다. 집행위원회의 초국가적 결단과는 달리 회원국들은 난민문제를 국가주권 및 자율성 문제 등과 함께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난민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민유입으로 인한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극우세력의 확산 등 국가안전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회원국들은 난민문제를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게끔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종서 중원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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