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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출금' 맡은 직원이 '꿀걱'…법원 "금융사 80% 책임"
2015-09-04 16:54:24 2015-09-04 16:54:24
담당 직원에게 예탁금 출금을 대신 맡겼다면, 횡령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해당 금융사로부터 예탁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윤강열)는 4일 정모씨와 그의 가족 등 6명이 "예탁금 전액을 반환하라"며 H 금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액의 80%인 4억6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출금신청서를 작성해 고객자산관리 담당자인 B씨에게 건넬 때마다 해당 출금액을 수령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현금출납 담당자가 해당 출금액을 B씨에게 인도하면, 이로써 금융사는 정씨에게 해당 출금액을 반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다른 투자상품에 재예치할 의도로 B씨에게 출금액을 보관시켰지만 투자상품의 명칭, 투자의 방법 등 투자계약을 특정할 내용을 전혀 정하지 않고 돈만 제공했다"면서 "정씨와 H 금융사와의 사이에 새로운 예탁계약이 성립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 측은 "정씨는 B씨의 지시대로 예탁금 출금신청서에 날인해 건네줬을 뿐이고, B씨가 금액란을 임의로 보충해 예탁금을 인출해 횡령한 것"이라면서 "정씨와 금융사 사이에는 예탁금이 인출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금융사 직원인 B씨가 정씨의 돈을 횡령했기 때문에 금융사가 사용자로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정씨가 거액을 예탁하면서도 투자금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도 있다"며 금융사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정씨는 H 금융사 고객자산관리 담당직원인 B씨를 신뢰해 투자상품의 선택 등을 전적으로 맡겨왔다.
 
하지만 B씨는 정씨에게 "이율이 좋은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니 계좌의 자금을 이체해야 한다"고 거짓말해 출금신청서의 신청인란에 날인하게 하고 상담창구에서 대기하게 했다. B씨는 출금신청서의 금액란을 보충 기재한 다음 이를 직접 현글출납 담당자에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씨의 예탁금 총 6억 상당을 횡령했다.
 
이후 B씨는 다른 투자자들의 예탁금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지난해 H 금융사로부터 B씨의 퇴사 안내문을 받은 후에야 자신의 출금액이 금융상품계좌에 예탁되지 않고 B씨가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됐고, B씨를 횡령죄로 고소하면서 동시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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