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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임원은 먼나라 얘기"…정부가 밀어줘도 지지부진
2015-07-07 10:57:00 2015-07-07 10:57:00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 십년째 수렁에 빠져있는 일본 경제를 구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재정 정책을 사용하는 한편 기업계에 만연해 있는 구조 개혁을 꾀했다. 그 중 대표적인 정책이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우머노믹스'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여성은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자원"이라며 68%였던 여성의 사회 참여율을 2020년까지 5%포인트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여성 임원의 비율도 30%까지 끌어 올리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도 줄여가겠다고 공언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율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과 달리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 사무실의 모습.(사진=뉴시스/신화)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일본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탈리스트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일본 30대 대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3.1%다. 호주(19.2%), 홍콩(10.2%)은 물론 인도(9.5%)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사외이사로 채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14 글로벌 젠더 갭'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의 양성 평등 수준은 전체 142개국 중 104위에 머물렀다.
 
제이미 다우니 넵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다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20년은 필요하다"며 "5년 안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마땅한 인력풀이 없다"고 항변한다. 여성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오랜 기간 부재했으니 쓸만한 인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20~30대 여성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취약한 아동 보육 시설과 과도하게 긴 업무 시간을 꼽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 일본 정부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데이케어 센터를 40만개 늘리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여성은 날이 갈 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일본 여성의 초혼과 초산 연령은 각각 29.3세와 30.4세로 1980년 대비 4살씩 많아졌고, 지난해 인구 1000명 당 결혼 비율은 5.3%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도요타자동차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일자리 확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비엔지니어링 직군의 여성 비율을 현행 27%에서 40%로, 엔지니어링 직군의 여성 비율을 6%에서 10%로 늘리려 한다. 여성 관리자 수도 지금의 100명에서 세 배 이상 확대코자 한다. 다우니는 "도요타의 행보는 다른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젊은 여성들의 장벽을 걷어내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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