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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ADHD 약물치료 '편견' 바로잡아야
2015-07-06 06:00:00 2015-07-06 07:23:44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사랑샘' 원장
대부분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정신과 약물에 대한 과장된 부작용이나 편견에 맞서는 것이다. 필자는 소아를 주로 진료하는 전문의라 그런지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치료제는 공부를 잘 하게 해주는 약이다. 그래서 환자가 아닌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오남용하고 있다’는 뉴 스를 입시철마다 접하게 된다. 또 이런 이유로 ADHD 약물 복용이 필요한 아이들 부모 를 설득하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최근 ‘ADHD 질환은 다국적 제약 회사의 로비를 받은 의사들이 만들어 낸 허구 질환’ 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ADHD 환자가 급증한 것도 다국적 제약 회사의 로 비로 ADHD 질환의 심각성이 과대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 사실을 저명한 ADHD 학자가 유언으로 양심 고백했다고 전해 더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학자는 ADHD분야의 저명한 학자가 아니다. 내용도 ADHD 유전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인터 뷰한 내용을 달리 해석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ADHD에 대한 해외 논문을 본지와는 달리 엉뚱하게 해석해 편견을 조성하는 기사가 문제된 일이 있었다. 결국 해당 언론사는 정신과 의사 단체의 강력한 항의로 사과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해외 논문을 전문가에게 제대로 검증받지 않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의 2008년-2011년 통계를 보면 만 6~19세 미만 우리나라 청소년 중 해마다 ADHD로 새로 진단된 비율은 0.357%였고 같은 기간 전체 청소년 중 새로 ADHD 약물이 처방되는 비율은 0.248%다. ADHD로 새로 진단되는 아이들 중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은 69% 정도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체 아동 중에서 0.799% 정도가 ADHD로 진단되었지만 이보다 휠씬 낮은 비율의 아동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만해도 ADHD는 생소한 질환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기관의 통계 자료를 보면 과잉진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ADHD가 누구나 다 아는 정신과 질환이 된 것은 검증되지 않은 선정적 보도 때문이다. 이런 보도들이 아이가 ADHD 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부모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결국에는 치료를 중단하게 하는 경우를 흔하게 접하게 된다.
 
ADH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이다. 이는 이미 전세계를 걸쳐 ADHD 치료 관련 데이터 및 치료 과정을 입증한 과 학적 실험 결과와 약물 치료 전후 대뇌 영상 변화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런 연구결과 들을 바탕으로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하루 한 번 먹을 수 있는 서방정과 기존의 ADHD 치 료제인 중추신경 자극제가 아닌 다른 치료제 가 나와 임상적으로 널리 사용되면서 더욱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복용이 간편해지고 치료제 종류가 늘었다면 보다 더 많은 ADHD 환자들이 자신에 맞 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아이들도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으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로 인해 지금 현장 진료실에서는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 그 편견에 맞서 느라 진을 빼는 정신과 의사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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