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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 국내서 본다
근대 건축으로 남과 북 조망하는 '한반도 오감전' 12일 개막
2015-03-24 13:56:13 2015-03-24 13:56:1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한반도 오감전'이 장소를 옮겨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황금사자상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최고 영예상에 해당한다. 1993년 백남준이 독일관 공동 대표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관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미술전과 건축전을 통틀어 '한반도 오감전'이 처음이다.
 
오는 12일부터 5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귀국전은 지난 100년의 남북을 아우르는 건축적 현상과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로,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전시는 국내외 건축가, 시인과 문인, 화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수집가, 큐레이터 등 33명의 작업 400여 점을 통해 분단 이후 70년 간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 건축의 양상을 조망한다. 전시 구성은 ▲삶의 재건 ▲모뉴멘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관 커미셔너인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와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교수가 기획을 맡았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전시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오되, 유리로 된 복잡한 건축물인 베니스의 한국관이 아닌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만큼 가벽 설치와 동선 구성에 공을 들였다.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형민 교수는 "베니스 비엔날레 당시 특이하게 각국의 국가관은 1914년에서 2014년이라는 기간의 근대사를 어떻게 건축물로 실현했는지 보여달라는 공통의 요구를 받았다"면서 "지난 100년 우리 근대를 말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면 남북 분단이라는 점에 착안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안창모 교수는 "지난 100년을 보여준다고 할 때 전부 골고루 다루기 보다는 모더니즘의 아이콘인 이상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면서 "특히 반만년의 역사 공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나뉘면서 얼마나 남북이 다르게 나눠지게 됐나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본래 한국관 전시 팀은 일차적으로 남북 공동 건축전을 기획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남한에서 보는 북한의 건축물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과적으로 좀더 현실에 가까운 전시가 됐다. 특히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착안해, 한눈이 외눈이 돼 현실을 완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을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잡아 주목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세운상가 등 남한의 건축물과 류경 호텔, 김일성 대학, 주체탑 등 북한의 건축물 등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근대화의 길을 유추해볼 수 있다. 북한 건축에 대한 기록물의 경우 북한과 직접 접촉할 수 없는 까닭에 주로 외국 국적인 사람들의 중재를 통해 입수했다. 이중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고려여행사 설립자 닉 보너의 도움이 컸다. 배형민 교수는 "베니스 전시 당시 북한 고위관계자가 들르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서울과 평양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다룬 이번 전시는  '생산수단을 개인화할 수 없는 독특한 장르'라는 건축 고유의 특성을 십분 발휘하면서 한국 건축의 근원적 가치와 현대사적 의미에 대해 다각적으로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건축을 중심으로 한 문화 담론이 남북 간 교류 증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남과 북 근대화의 닮은꼴, 다른꼴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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