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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의원' 속 천둥벌거숭이가 된 고수 "이제야 욕심이 납니다"
2014-12-19 16:43:04 2014-12-19 16:43:04
◇고수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늘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갖고 있었다. 어떤 작품에서든 무거웠고, 깊었다. 가벼운 웃음보다는 짙은 미소가 어울리는, 혹은 늘 그래왔던 배우가 고수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피아노>, <황금의 제국>, <고지전>, <반창꼬>, 최근 <집으로 가는 길>까지 작품 속 고수는 늘 우울함과 외로움이 내재된 눈빛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영화 <상의원>에서는 완전히 바뀌었다. 조선시대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을 연기한 그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인상을 쓰기보다는 가벼운 웃음을 흘린다. "그게 좋겠수"라면서 허허 웃는 고수의 얼굴은 생소하다. 생소한데도 잘 어울린다. "왜 진작 고수는 가벼운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천둥벌거숭이처럼 까불었어요. 사극도 코믹 연기도 처음이었는데, 사실은 영화에서보다 더 가볍게 연기했어요. 다행인지 편집이 많이 됐더라고요."
 
우수에 젖은 눈빛은 영화에서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고수만의 새로운 깊이가 전달된다. 데뷔 12년차 고수는 "이제서야 욕심이 납니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고수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이공진은 저와 닮았어요"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무겁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고수는 없었고, 늘 우울하고 무거운 고수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가볍다. 물론 후반부 특유의 강한 내면이 드러나지만 초반부 가벼운 고수가 더욱 임팩트가 있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진작 가벼운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20대 때는 너무 힘들었어서요."
 
일부로 무거운 역할만 골라서 했다고 말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너무도 깊었고 우울했다고 한다. 어디를 가서도 잘 웃지 못했다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꽤 많은 파도가 있었어요.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숨고 그랬어요. 그걸 우수 어린 눈빛이라고 해주신거죠. 전 참 그 시절이 슬펐어요."
 
30대로 넘어오면서 여유가 생겼고, 성격도 유쾌하게 변했다. 지인들 앞에서는 굉장히 가벼워진다고 한다. 이공진과 자신이 굉장히 닮은 면이 많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늘 꿈을 꾸고 살았어요. 공상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현실에 많이 치었죠. 지금도 상상을 많이하는 편이에요. 자유로우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런 점이 공진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제는 가벼워진 인간 고수가 몸에 딱 맞는 옷과 같은 공진을 만나서인지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성공적인 변신을 꾀했다. 고수가 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어떨까 궁금해지는 연기다.
 
◇고수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이제 배우로서 욕심이 납니다"
 
고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배우다. 특히 여기자들과 남기자들의 공통적인 사랑을 받는 몇 안되는 배우다. 이유는 단순하다. 잘생겼으니까. 여기자들도 그의 외모를 좋아하지만, 남기자들도 고수의 외모에 대해 극찬한다.
 
이 때문에 몰입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집으로 가는 길>에서 소시민을 연기한 고수의 얼굴은 소시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고급스러웠다. 8킬로그램을 찌웠음에도, 그는 빛이 났다.
 
"저도 늙잖아요."
 
그의 외모에 대해 기자의 칭찬이 이어지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연기자로 멋있게 늙고 싶어요. 사실 외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사랑, 열정처럼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요. 예븐 포장지로 싸주면 좋긴 하겠지만, 작품을 할 때는 그 포장지를 벗고 다가가요. 외모를 좋아해주시는 점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이잖아요. 연기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극에 코믹은 첫 도전이다. <황금의 제국>이 끝난 뒤 고수는 "이제 조금씩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상의원>이 끝난 뒤 고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가.
 
그는 '욕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정통사극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왕이든 공진처럼 편한 옷을 입는 역할이든 뭐든 짙은 정통사극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아직 저는 계속 달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스릴러한지도 오래됐고, 못된 놈도 되보고 싶어요. 이제야 이런 욕심이 생기네요. 비열한 역할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욕심이 생겼다는 고수는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다음 작품은 어떤 고수가 되서 돌아올까. 가벼울까, 깊을까, 비열할까, 차가울까. 뭐든 상상 이상을 해낼 거라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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