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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픽하이 "음악 들려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
2014-10-29 09:40:41 2014-10-29 09:40:41
◇그룹 에픽하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힙합 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가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지난 21일 에픽하이가 약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앨범 ‘신발장’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더블 타이틀곡인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비롯해 ‘본 헤이터’, ‘또 싸워’ 등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팬들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다. 에픽하이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픽하이의 타블로.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이런 반응 받아본지 5년..우리 능력 안에서 최선 다한 앨범"
 
타블로는 “사실 이런 반응을 받아본지 5년 정도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원’(One)과 ‘우산’이 나왔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과 ‘우산’은 지난 2008년 에픽하이가 발표한 5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다. 
 
최근 타블로는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딸 하루와 함께 출연하면서 ‘하루 아빠’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 타블로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나를 알게 된 대다수 분들이 내가 가수인 줄도 몰랐더라”며 웃어 보이자 옆에 있던 투컷은 “아마 사람들은 하루 아빠가 뒤늦게 랩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농을 쳤다.
 
타블로는 “요즘은 주기가 빠르다.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인지도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너무 빨리 잊혀지는 추세다. 2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내가 잊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새 앨범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진심으로 모르겠다. 알았다면 다시 그렇게 되기까지 5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중성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고 그냥 우리 능력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는 정도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앨범을 내기 전에 제일 걱정됐던 게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면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초라해질까’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나 그룹 S 선배님들(강타, 신혜성, 이지훈), 슈퍼주니어가 나와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됐어요. 오랜만에 가수들 있는 곳에 있어보니 굉장히 즐거워요.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고대 유물들이 다들 모였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타블로)
 
“음악 방송 대기실에 가면 약간 노인정 같은 느낌이 들죠, 하하.”(투컷)
 
◇에픽하이의 투컷.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길었던 공백기.."음악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에픽하이가 2년의 공백기를 거치는 동안, 팬들은 새 앨범 발매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타블로는 “잘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만들고 버린 노래들이 많았다”며 컴백이 늦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쉬는 동안에 힙합 스타일도 변했다. 주제나 사운드 자체가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생겼고, 워낙 잘하는 힙합 스타들이 나타났다”며 “우리도 그런 식으로 해야 우리 음악을 들어줄까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그런 걸 잘 못하더라. 그래서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사실 에픽하이의 컴백이 미뤄졌던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공백기 동안 멤버 미쓰라가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것. 그는 작업실도 잘 가지 않고, 멤버들과 연락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두문불출했다.
 
“음악을 10년 넘게 했는데 난 어디쯤인가, 뭘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 앨범을 냈을 때 사람들의 호불호가 너무 갈리는 바람에 자괴감에 빠졌죠. 내가 잘하는 사람인가, 못하는 사람인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가 등에 대해 생각했어요. 생각이 많았던 지난 2년이었는데 이제는 그 생각들이 정리가 됐어요.”(미쓰라)
 
지난 2003년 가요계에 데뷔한 에픽하이의 세 멤버는 11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 사이 타블로와 투컷은 결혼을 해 애아빠가 되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 가요계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팀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1년 동안 계속 순탄하고 뜨거운 우정으로 왔다고 얘기하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린 타블로는 “다 살아보셔서 아시겠지만 포장이에요. 당연히 서로 진짜 미워할 때도 많았죠”라고 털어놨다.
 
이에 투컷은 “사이가 살갑게 좋은 형제가 아니더라도 평생 보지 않나. 우리 멤버들이 가족 같아서 오래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어렸을 땐 고통이란 표현을 자주 썼어요. 4집 때 한창 겉멋이 좀 들었죠. 앨범 반응도 좋고 해서 어린 마음에 자만심과 자신감 경계를 왔다갔다 했어요. 물론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음악을 하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그러지 못하는 게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 아니까요.”(타블로)
 
그러면서 타블로는 “20대 초반보다 지금의 내 가사가 더 직설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그는 “왜냐면 지금은 (집에서) 그러질 못하니까요"라며 웃었고, 유부남이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투컷이 한 마디 거들었다. “제가 집에서 나오면 말이 굉장히 많아져요.”
 
◇에픽하이의 미쓰라.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YG표' 아닌 '에픽하이표' 음악 선보여.."응원의 메시지 담았다"
 
에픽하이는 대형 가요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대형 기획사의 든든한 지원이 큰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에픽하이가 자칫 고유의 음악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YG의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을 통해 YG의 음악이 아닌, 자신들만의 색깔이 확실한 음악을 선보였다. 곡 작업도 YG의 녹음실 대신 외부 녹음실에서 진행됐다. 여기엔 "에픽하이의 음악 색깔을 살리려면 외부에서 작업하는 것이 낫다"는 양현석 YG 대표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 이번 앨범의 수록곡인 ‘본 헤이터’를 통해선 비아이, 바비, 송민호 등 YG의 젊은 피들이 피처링에 참여해 에픽하이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타블로는 “바비와 비아이는 Mnet ‘쇼미더머니 3’에 같이 출연을 했는데 특히 비아이는 나와 함께 많은 역경이 있었다. 우리 팀이 가장 먼저 탈락했고, 비아이는 단기간에 수많은 헤이터(hater)들을 만들었다. 그것도 능력이다.(웃음)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바비는 예전부터 보면서 이 친구가 굉장히 잘한다, 매력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미쓰라는 송민호에 대해 “힙합을 잘하는 걸 알고 있었고, 같이 해야지 그림이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선공개곡이었던 ‘본 헤이터’는 고마운 노래다. 랩퍼들만 나오는 단체곡이 이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없었는데 ‘본 헤이터’가 우리의 신호탄이 돼줬다”고 했다.
 
미쓰라의 이야기를 듣던 타블로가 양현석 대표와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양 사장님이 올해 초에 저한테 진지하게 물었어요. 미쓰라는 아이가 몇 살이냐고요. 그래서 아이가 없다고 하니까 왜 아이를 안 가지냐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결혼을 안 했습니다'라고 했죠."
 
팀의 유일한 미혼 멤버이자 막내인 미쓰라는 “결혼에 대해 질문을 자꾸 받으니까 나도 해야하는 건가 생각이 자꾸 든다. 원래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에픽하이가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뭘까.
 
“굉장히 다양한 노래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결국 응원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 부분이 12곡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그런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고, 누가 좀 안아주는 기분이 들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노래들을 만들었죠. 우리가 음악하는 이유는 그게 전부예요. 그 이상이나 이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적도 없고요.”(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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