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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도 문화의 정수 '아쉬람'을 아시나요?
편집 아쉽지만, 현지 취재 노력 돋보여
2014-10-23 08:38:25 2014-10-23 08:38:25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지난해 나온 새 책은 6만1548종에 달합니다.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한 언론사 172곳(2012년 기준)이 일 년 내내 새 책 한 종씩 매일 소개해야 소화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책 중 극히 일부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고, 대부분의 책들은 언급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이 같은 한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뉴스토마토>가 국내 대표적인 신간 홍보대행 전문업체인 <여산통신>과 손잡고 '뒷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뒷북'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 책과 그 책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책들만을 골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림으로써 국내 독서, 출판 문화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길 희망합니다. (편집자)
 
<인도 아쉬람 기행>  김동관 지음 | 샨티아쉬람 펴냄
  
◇인도의 수행자들이 아쉬람에서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사진=김동관)
'뒷북'이 소개할 책은 <인도 아쉬람 기행>(샨티아쉬람 펴냄)입니다. 지난 8월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인 김동관 씨(46)가 지난 1993년부터 지난 2012년까지 인도 곳곳에 있는 아쉬람(ashram) 수백 곳을 7차례에 걸쳐 여행한 기록을 모은 것입니다. 길게는 석달 짧게는 한달 가량 여행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현재 인도 전문 전업작가에 가깝습니다. 
 
책의 주요 소재인 아쉬람은 힌두교도들이 머물며 수행하는 사원을 뜻합니다. 사전적 정의는 사원이라고 표현하지만 아쉬람은 건물일 수도 있고 물 속이나 길바닥일 수도 있습니다. 수행자가 머무는 곳이 곧 아쉬람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샨티아쉬람은 "이 책은 공동체(커뮤니티) 문화의 한 근간으로서의 인도 아쉬람과 힌두 수행자 사두(Sadhu), 힌두 사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며 "인도 전통의 싯다스(Siddhas) 수행 체계에 대한 설명과 유명한 싯다들의 성소를 순례한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선정 이유는?
 
이 책이 뒷북에 선정된 첫 번째 이유는 언론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대구 지역 일부 서점과 일부 인터넷서점, 일부 도서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판은 1000부 찍었다고 합니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셈입니다. 저자는 출판사 여러 곳에 출판을 문의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직접 출판사를 세우고 책을 냈습니다.
 
뒷북으로 선정한 이유가 이 정도에 그친다면 섭섭하겠지요. 책 주제와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인도 여행과 관련한 책은 독자 여러분도 많이 발견하셨을 겁니다. 인도는 여행자들이 흔히 '여행의 종착지'라고도 하죠. 그러나 그동안의 책들은 '신기하다', '우리와 다르다', '헉' 정도의 감상을 옮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하며 인도 문화의 정수를 알 수 있는 아쉬람 수백 곳을 2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오가며 남긴 기록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왜 주목받지 못했나?
 
이 책이 언론의 조명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첫인상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심심한 책 제목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밋밋한 표지만 봐도 그렇습니다. 표지 사진을 장식한 주인공은 '참파(champa)'인데요. 인도와 같은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시성(詩聖) 타고르도 참파꽃을 좋아해 시도 남겼다고 합니다. 의미는 있으나, 인도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을 자극하기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책 초반부에 몰려 있는 등 편집방식도 낯설게 다가옵니다. 사진이 글 곳곳에 배치됐다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을 겁니다. 14페이지에 달하는 사진들이 한곳에 몰려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렇게 편집하는 게 저렴했다고 합니다.
 
실제 내용에서도 아쉬운 점이 발견됩니다. 책 내용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리시케시, 참으로 오랜만에 가는 길이다. 아, 그 옛날의 스와미는 잘 계실까. 떠돌이 바바들은 여전할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와미는 수행자를 뜻하고 바바는 나이 든 사람이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리시케시는 지명입니다. 특히 생소한 지명은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입니다. 예컨대 '사티야사이바바, 쉬르디사이바바, 라마나 마하르쉬' 등 익숙하지 않은 인도의 지명이 지도와 함께 소개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저자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한 것을 인정하면서 "다만, 인도 여행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마니아를 대상으로 책을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편집에 신경을 더 썼다면 가독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책 끝에서야 등장하는 '아쉬람에 대한 단상'이란 제목의 글을 전면에 배치에 독자의 이해를 돕고, 기행기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아쉬람에 대한 정보와 평가 등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해한 용어가 난무하는 서론은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종교 용어와 힌두어를 보다 친절하게 설명했으면 좋았겠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그렇다면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글쓴이의 지적 열정, 특히 '지적 퍼즐 찾기'에 대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책을 쓰기 전 저자의 첫 인도 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저자는 대학교 3학년이던 지난 1992년 인도로 여행을 떠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인도에서 찾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는 "신분 제도인 카스트로 유명한 인도에 가보니 이제는 자본주의에 따른 빈부 격차가 심했다"며 "현실이 쉽지 않은 탓인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에도 종교에 몰입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인도의 한 수행자가 기도를 올리고 있다.(사진=김동관)
당시 저자는 아쉬람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수차례 여행을 통해 아쉬람이 인도 문화의 정수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아쉬람은 사람들이 영적인 수행을 하는 곳이면서 인도 곳곳에 있는 사회 공동체와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쉬람은 인도 독립운동의 전초기지와도 같았습니다. 그 유명한 간디와 타고르도 아쉬람을 통해 독립운동에 앞장섰다는 겁니다. 저자는 "아쉬람은 신과 종교인이 만나는 템플(사원)이라기보다는 수행을 하는 구루(스승)와 제자가 만나 진리를 찾는 곳이었다"면서 "이러한 종교적 역할은 물론 교육 기능도 있으며 부모 없는 아이, 거지, 과부, 아픈 사람의 안식처라는 점에서 '인도를 알려면 아쉬람을 조금 깊이 있게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탐험해 여행을 다시 떠나 현지의 정보를 모으고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자가 책 출간을 결심한 배경 중 하나는 국내 출간된 도서들에 실망한 데서 비롯합니다. 책에서 틀린 부분도 발견되고,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피상적인 감상만 넘치는 책이 넘친다는 얘기도 곁들였습니다. 저자는 "제 책의 내용이 100% 옳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아쉬람들을 직접 방문하고 성자들을 만난 경험을 전하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쉬람 관련 '퍼즐 찾기'에 나선 그는 책에 전설과 역사적 사실, 현지에서 듣거나 확인한 이야기, 책·인터넷에서 읽은 내용 등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어 사실과 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더 했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렇다고 솔직하게 썼습니다. 현지 수행자들에게 어설픈 영어로 끈질기게 질문한 노력이 책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와 스티브 잡스, 비틀스와 관련한 아쉬람에 대한 설명과 일부 인도인들의 폐쇄성, 일부 힌두교도들의 세속성 등에 대한 지적도 흥미롭습니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는 나름의 점을 찍고  싶었다는 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인도 아쉬람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샨티(평화)'를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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