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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PAF 폐막..내적 성장 위한 과제 남겨
위상에 걸맞는 프로그램 구성 및 예산 확보 필요
2014-10-21 13:21:28 2014-10-21 13:21:2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014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지난 19일 알렉세이 보로딘 연출가의 작품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끝으로 총 25일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 SPAF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Sense the Essence(정수를 느껴라)’라는 주제 아래 7개국 19단체가 만든 19개 작품을 선보였다. 총 객석점유율은 100.3%를 기록, 지난해 총 객석점유율 99.7%보다도 높았다. 총 67회 차 공연 중 51회 차가 매진됐으며, 해외공연의 경우 유료 객석점유율이 87.3%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면상 수치와 다르게, 14년차를 맞는 이 축제에는 내적인 피로감이 많이 누적돼 있다. 축제의 위상에 걸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하는데 근래 몇 년 사이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무진의 수와 배치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는 예산 부족이 있다.
 
(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SPAF는 1977년부터 시작된 서울연극제와 1978년 시작된 서울무용제를 2001년에 통합해 만든 축제다. 이 축제는 세계 공연의 큰 흐름을 보여주며 국내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과 뜨거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SPAF 덕분에 지난 10여 년간 국내 관객과 예술가들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동시대 외국공연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 쉽게 보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SPAF는 과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던 SPAF가 2012년에 한국공연예술센터로 이관된 것이 발단이었다. 조직 구성에 변화가 생겼고 예산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예산 삭감의 명목은 '축제가 재단법인에 소속된 만큼 대관비와 스태프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 운영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례로 현재 SPAF의 모든 해외 연극과 무용작품 선택 및 섭외를 사실상 한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관계자는 예산삭감과 관련해 “체감되는 어려움이 사실상 크다. 좋은 해외 작품을 가져오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국내초청작 같은 경우는 센터에서 지원을 하는데 그 금액은 늘리면 늘렸지 줄일 수는 없다. 2년 간 어려운 점 있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축제 예산은 10억이었다. 지난해보다 2억 늘어난 수치지만 이 중 기금이 8억이고 나머지는 자체자금과 티켓수익금으로 충당한다. 애로사항이 많지만 축제 주최 측 입장에서는 SPAF에 대한 기대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작품수준을 무작정 떨어뜨리기도 어렵다.
 
예산부족에 따른 작품의 질 하락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문제다. 이번 축제에서 해외 초청작품의 경우 개막작과 폐막작에는 힘을 주었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나의 축제로서 밀도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경미 평론가는 “동시대 연극이 아무리 다양하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내에 내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예산이 없는 가운데 티켓이 팔릴 만한 작품만 고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험적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작품 선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연 평론가는 “작은 공연들만 왔다. 이 연극제가 예전처럼 셀러브리티나 주요작가 작품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프린지 작품 같은 인상이다. <벙커 트릴로지>의 경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 작은 작품인데, 그런 작품을 매해 초청을 해서 봐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좌석 배분 등 극장 운영에서도 아쉬운 점이 남는다. 독일 샤우뷔네의 작품이자 이번 축제 개막작인 <노란 벽지>의 경우 무대 안의 세 구역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한 공연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앞좌석에 앉을 경우 사실상 무대를 제대로 다 볼 수 없는데도 전체 좌석이 오픈된 점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나 관객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SPAF는 국내 공연축제의 맏형 격이고, 그만큼 축제에 대한 관객의 기대수준은 높아만 가는데 주최 측은 축제의 규모와 질을 간신히 맞춰가고 있는 형국이다. 관객점유율, 티켓판매량 같은 정량적 부분에 대한 평가 외에 정성적인 면에 대한 평가와 관심,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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