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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명량' 속 이회가 선조를 원망한 이유
2014-08-29 14:30:27 2014-08-29 14:34:47
'조선 왕을 말하다'..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 펴냄
 
이 책은 조선 왕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역사서다. <조선 왕을 말하다> 를 정독했다면, '관상'의 세조(수양대군), '역린'의 정조, '명량'의 선조, '삼총사'의 소현세자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알고나면 아는만큼 새롭게 보이는 법이니까. 조선 왕에 대한 주제별 분류, 시대를 바라보는 전문성, 신랄한 비판력이 돋보인다.
 
▶전문성: 사실 나열을 거부하는 역사 해석이 냉철하다. 1~2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정종, 문종, 단종, 중종, 인종, 명종, 순조 등 남은 왕에 대한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대중성: '힐링', '자기계발'를 앞선 역사서의 인기와 궤를 함께 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역사 속 사건을 이해하는 데 그만이다.
▶참신성: 권태균 사진작가의 다양한 자료가 이해를 더한다. 일본과 아시아권에서 사진을 요청해올 정도로 방대한 한국사 사진을 보유했다고. 책 뒷부분에 수록된 '조선 왕조 계보도'는 책을 읽는 내내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언제인가 부터 우후죽순 쏟아진 자기계발서가 요즘 울상이라는데, 그 사이 웃는 책들이 있으니 바로 역사서다. 국내 한 대형서점이 최근 내놓은 올해 상반기 판매 동향에서 이러한 결과가 또렷이 드러났다.
 
아닌 게 아니라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역린', '정도전', '명량', '삼총사'등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역사물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이 역사 교양서로 옮겨가는 게 당연한 흐름이 된 것이다.
 
<조선 왕을 말하다>는 미디어에서 바라본 조선 역사뿐 아니라, <사씨남정기>, <양반전>, <한중록> 등 조선시대 서적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두루 흥미로운 도서다.
 
◇'명량', '삼총사', '역린', '정도전', '관상' 다시보기
 
저자는 <조선 왕을 말하다>에서 조선 왕들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설명한다.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태종, 고종)'에서 조선 초기와 후기 시대를 큰 틀에서 그렸으며,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들(연산군, 광해군)', '성공한 임금들(세종, 정조)' 등에서 시대적 특징은 물론, 왕들의 업적을 비교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미디어에서 인기를 모은 역사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그만이다. 한 번 읽은 후에 관심있는 부분을 왕조 계보와 함께 거꾸로 찾아 읽어가다보면 이만한 복습이 없다.
 
최근 흥행몰이를 하는 '명량' 속에서 이순신(최민식 분)은 왜 영화 초반부에 고문을 당했는 지, 그의 아들 이휘(권율 분)는 왜 임금(선조)을 원망하는 지 이해하기에도 적절하다.
 
저자는 '전란을 겪은 임금들' 편에서 선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역사관이 뚜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실상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선조를 "망명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란으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혹평한다.
 
당시 설명을 보면 수전 영웅이었던 이순신을 오히려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선조와 서인을 중심으로 일었다. 선조는 "이순신은 처음에는 힘껏 싸웠으나 그 뒤에는 작은 적일지라도 잡는 데 성실하지 않았고, 또 군사를 일으켜 적을 토벌하는 일이 없으므로 내가 늘 의심하였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선조 30년(1597년) 27일동안 혹독한 고문을 받던 이순신은 류성룡과 정탁 등의 구원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고 백의종군에 처해졌다."
 
반면, '역린'의 정조(현빈 분)는 성공한 임금으로 세종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화 속 내용 중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한지민 분)와의 악연은 어떤 연유인지 사도세자의 아버지이자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절반만 성공한 임금들)편과 함께 읽으면 이해가 쉽다.
 
저자는 "고종은 재위 44년간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하는 한편,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더라면 조선은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에, 200여년의 세월을 뚫고 정조의 개혁 정치를 되새기며 독살설의 책임을 묻게 된다"고 평가한다.
 
'관상'의 계유정난 세조의 영원한 컴플렉스, 단종과 사육신 이야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삼총사'라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소현세자는 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회자되는 것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이해하고 싶다면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효종, 현종, 숙종)'편 일독을 권한다.
 
◇역사=현재·미래학..21세기가 요구하는 군주학과 리더학은?
 
얼마 전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해 이뤄진 광화문 '시복식'이 관심을 모았다.
 
시복미사에서 고(故) 윤지충 바오로 등 한국의 124위의 순교자들을 천주교 복자로 시성했는데, 윤지충 바오로는 유교식 제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조선의 첫 순교자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 역시 책에 언급된 조선시대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를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듯 '역사는 현재학이자 미래학이다.'
 
특히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사회의 갈증이 더욱 심해진 요즘이기에 21세기가 요구하는 군주학과 리더학에 던지는 이 책의 질문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우리 사회도 21세기에 걸맞은 역사학과 군주학이 필요"하다며 "역사학과 군주학이 성립된다면 비단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 개인과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공한 군주들의 공통점 역시 역사서 애독이었다.
 
 
책 속 밑줄 긋기
 
"-나라를 가장 먼저 포기한 인물은 다름 아닌 선조였다.
<선조수정실록> 25년 5월1일조는 선조가 아침에 동파관에서
이산해와 류성룡을 불러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이모(이산해)야 류모(류성룡)야! 일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내가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꺼리거나 숨기지 말고 마음속의 말을 다 말하라"하며 울부짖었다고 전한다.
이는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행위이자 발언이었다.
'어디'는 압록강 건너 요동을 뜻했기 때문이다."
 
-<사씨남정기>는 명나라의 유현이 정실부인 사씨를 내쫓고
첩인 교씨를 정실부인으로 삼았다가
나중에 교씨의 간악함을 깨달아 사씨를 정실로 맞이하고
교씨를 죽인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사씨는 폐비 민씨(인현왕후), 교씨는 왕비 장씨(장희빈)를 가리키는 데
훗날 정국은 실제로 이 소설의 내용대로 전개된다."
 
-"정조가 죽자마자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그의 24년 치세를
되돌리는 역사 거꾸로 세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정조가 승하하기 전 경기도 양주, 장단 등지의 고을에서
벼가 갑자기 하얗게 죽자 노인들은 "상복을 입은 벼"라며 슬퍼했다.
이런 조짐 속에서 개혁 군주 정조는 세상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노론 벽파가 채우면서 조선은
다시 24년 전으로 돌아갔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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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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