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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늘었다는데..중소기업 추석 앞두고 여전히 '돈'맥경화
2014-08-25 14:11:06 2014-08-25 14:53:28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21조여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키로 한 가운데, 대기업도 4조원이 넘는 물품 대금을 추석 전에 조기 지급키로 하는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현장의 자금난은 여전히 제자리다.
 
현장에서 체감한 온도는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온기가 벤더(하청구조) 밑바닥까지 이어지지 않은 데다, 추석 상여금은 고사하고 당장 밀려드는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에 내몰렸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기업 간 양극화는 한층 심화된 모습이다.
 
◇정부·대기업 지원,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정부는 지난 19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추석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20조8614억원의 자금을 대출 또는 보증 형태로 지원키로 했다.
 
추석 전후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0조9000억원(보증 2조원 포함) 가량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한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보증 공급 규모도 지난해보다 5000억원 늘린 1조2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동참했다. 25일 기준으로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지금까지 발표된 물품 조기지급 총액만 4조4100억에 달한다. 나머지 10대그룹의 동참도 이어질 태세여서 총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협력사 물품대금 1조8000억원을 조기 지급하는 한편 3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내수 소비심리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도 협력사 2000여곳에 납품대금 약 1조1500억원을, LG 역시 1조1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추석 전으로 앞당겨 지급한다.
 
올해 정부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정부의 올해 지원규모는 지난해 16조6000억원과 비교해 4조3000억원 가량, 재계 1위인 삼성도 선지급 대금을 지난해 1조1000억원에서 7000억원 가량 대폭 늘렸다. 경제민주화 후퇴 속에 '상생'마저 버리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中企 체감온도 여전히 ‘꽁꽁’
 
이 같은 대규모 지원을 대하는 현장의 체감도는 지극히 낮았다. 
 
정부 정책이 여전히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 대기업 지원의 경우 주로 1, 2차 벤더에 집중되면서 최하단의 하청 업체는 온기를 전달 받지 못했다. 특히 대기업과 관계 없는 소규모의 영세업체들은 여전히 지독한 자금난에 추석이 다가오는 것조차 두렵게 느끼고 있었다.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은행 문턱 또한 여전히 높았다. 부산에 위치한 A업체 대표는 "소규모 중소기업은 은행과 거래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며 "보증기관의 보증한도는 부족하고 자금 구하기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라남도에 있는 B업체 대표는 "항상 기준과 수치대로만 하니까 정책이 나와도 달라지는 건 없다"며 기대 자체를 지웠다.
 
경기도에 있는 C업체 대표는 "경기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매출이 감소했다고 무조건 신용평가등급을 하향한다"며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금리를 크게 인상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902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지난해보다 한층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자금난은 추석 상여금에도 반영돼 지난해 83만원보다 무려 20만8000원이 감소한 62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곤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7.2%로 지난해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원활'하다는 응답은 단 13.7%에 그쳤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주요 원인으로는 '매출감소(77.7%)', '판매대금 회수 지연(52.8%)'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9.5%포인트, 3.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이들의 꽉 막힌 돈줄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추석 자금으로 21조원 가까이 푼다고 했는데 중요한 건 자금을 어느 수준으로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자금 지원에 대한 체감효과는 더 낮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무조건 자금을 푼다고 해서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원활히 자금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제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과 추석 등 한시적인 자금 지원만으로는 전체 벤더의 자금흐름에 숨통이 트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물이 말라있는 화분은 평소보다 많은 물을 준다 해도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며 "대기업 지원이 1차에서 2차, 3차 협력사로 넘어가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 다보니 1차를 넘어 2, 3차로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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