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해욱의 가요별점)방탄소년단, 진짜 힙합 아이돌의 힙합 앨범
2014-08-23 15:55:03 2014-08-23 15:59:12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한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이 있죠?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랩인데요. 랩이라고 하면 또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가 떠오릅니다. 요즘 랩 파트가 없는 아이돌 노래를 찾기 힘들고, 그런 만큼 힙합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 가장 정통 힙합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게 바로 방탄소년단(랩몬스터,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입니다.
 
그 방탄소년단이 데뷔 후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놨습니다. 지난 20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정규 1집 ‘DARK & WILD'엔 인트로와 아웃트로, 그리고 앨범 전체를 두 가지 챕터로 나눠주는 인터루드를 포함해 총 14곡이 실렸습니다.
 
타이틀곡인 ‘Danger'부터 보죠. ’DARK & WILD‘란 앨범 전체의 타이틀이 지닌 의미를 잘 드러내주는 트랙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어둡고, 거친 매력이 느껴지는 곡인데요. 클럽튠의 힙합 그루브와 펑크록 기타가 결합돼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해 가요계에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 '학교 3부작'을 선보였는데요. 데뷔곡 '노 모어 드림'과 'N.O', '상남자'와 같은 노래를 통해 10대들의 꿈, 행복, 사랑을 이야기했죠. 발표하는 곡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도 확실합니다. 방탄소년단은 '상남자'에서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난 너무 고파"라고 노래를 했습니다. 그런 방탄소년단이 사랑을 드디어 쟁취한 후,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첫 번째 정규앨범에서 풀어냈습니다.
 
데뷔 이후 스토리가 있는 앨범을 발표하면서 매번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경쟁력 있는 힙합 트랙들을 통해 힙합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다만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완성도에 비해 타이틀곡이 좀 약하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하고싶어 하는 힙합 음악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성을 입힐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히려 3번 트랙의 ‘호르몬 전쟁’이나 4번 트랙의 ‘합합성애자’와 같은 노래가 타이틀곡에 비해 더 인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방탄소년단 특유의 음악 색깔과 랩핑 실력이 좀 더 잘 드러날 수 있는 노래들이기 때문인데요.
 
'호르몬 전쟁'은 강렬한 록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신나는 힙합 음악입니다.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가슴이 뛰는 건 호르몬 작용 때문이라는 내용의 가사인데요. 방탄소년단은 에너지 넘치는 랩핑을 보여줍니다. 방탄소년단의 랩을 들어보면 힘이 넘치는 청년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방탄소년단을 힙합신의 톱클래스 랩퍼들과 비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는 랩핑이 톱클래스 랩퍼들 만큼의 세련되고 노련한 느낌을 주진 않거든요. 대신 방탄소년단의 정제되지 않은 듯한 거친 에너지가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힙합성애자'란 곡은 제목이 독특하죠?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방탄소년단은 어린 시절 힙합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힙합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노래합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것. 힙합에서 이런 부분이 빠지면 안 되겠죠?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서 이렇게 솔직한 가사가 담긴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반갑네요.
 
5번 트랙의 'Let me know'는 멤버 슈가의 자작곡인데요. 보컬 디렉팅부터 곡 전체의 프로듀싱까지 슈가가 직접 책임을 졌다고 하네요.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노래인데요. 직접 자신들의 곡을 만들어내는 방탄소년단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6번 트랙엔 감성적인 느낌의 힙합곡인 'Rain'이 담겨 있습니다. 잔잔한 재즈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쓸쓸한 느낌을 주네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거칠게만 보였던 방탄소년단에게 이런 새로운 면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트랙입니다. 최근 감성적인 분위기의 노래들이 음원 차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 못지 않은 매력이 있는 노래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특징 중 하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또래의 팬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단어와 표현으로 가사들을 채운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음악팬들로선 이런 가사들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 나이 또래에 맞는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과 명확한 타깃을 설정해놓고 곡을 쓴다는 점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높이 평가를 받을 만한 부분인데요.
 
9번 트랙의 '핸드폰 좀 꺼줄래'나 13번 트랙의 '2학년'을 들어보면 그런 점이 잘 느껴집니다.
 
'핸드폰 좀 꺼줄래'는 마주보고 앉아서도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습니다. "핸드폰 좀 꺼줄래. 모두가 스마트하다지만 우린 점점 멍청해지잖아. 핸드폰 좀 꺼줄래. 얼굴 보고 멘션 날려. 좋아요는 난 필요 없어"라는 가사입니다. 랩몬스터가 이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2학년'은 데뷔 2년차가 된 방탄소년단이 스스로를 '가요계 2학년'으로 표현을 해서 쓴 노래입니다. “선생님, 여기도 수능이 있나요. 1등하면 성공한 가수인가요. 그런 것도 좋지만 음악이 하고 싶어요"라는 가사인데요. 발상이 재밌네요. 이런 센스 있는 가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힙합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정규앨범엔 달콤한 느낌의 곡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양한 느낌의 곡을 듣고 싶어하는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트랙들인데요.
 
10번 트랙의 '이불킥'이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달콤한 느낌의 힙합 곡입니다. 소년의 풋풋한 감성이 잘 느껴지는 노래인데요. 이 노래의 주제도 흥미롭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돌아온 날, 자려고 누웠더니 갑자기 그 순간이 떠올라 다시 민망해졌던 경험에 대한 노래입니다. 민망함 때문에 이불을 뻥 차버리고 싶은 바로 이 순간의 감정을 풀어냈습니다.
 
11번 트랙의 '24/7=Heaven'은 데이트를 앞둔 설렘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사랑에 대한 풋풋한 소년의 감성이 담겨 있는데요. "너와의 첫 데이트, 자꾸만 애처럼 설레. 요즘 난 Sunday 너라는 해가 뜬 Sunday 너와의 첫 데이트 자꾸만 애처럼 설레. 요즘 난 Sunday 너라는 해가 뜬 Sunday"란 가사로 소년의 수줍은 마음을 표현해냈습니다.
 
직접 곡을 쓰는 실력파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아직은 완성된 아티스트의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힙합 아이돌로서 오랜 기간 동안 경쟁력 있는 음악을 해나갈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변신과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 방탄소년단 정규 1집 'DARK & WILD'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힙합 기대주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