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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하반기기상도)②해운, 체질개선 끝..닻을 올리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자구안 대부분 이행..급한 불은 껐다
컨테이너선·물동량 증가세..선박 수급은 아직 불안정
2014-07-22 20:00:00 2014-07-22 21:13:0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길고도 긴 침체기를 겪었던 해운업이 체질 개선을 완료하고 다시 시작점에 섰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폭적인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대형 선사들이 지난해 발표한 자구안 대부분을 이행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는 한발 벗어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선박 공급량이 물동량 증가율을 앞서고 있어 업황 회복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운임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초대형선박을 발주하면서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자구안 대부분 이행..급한 불은 껐다
 
수년째 지속된 해운업황 침체로 국내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각각 2조원,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보유 자산과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자구안을 발표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 두 선사는 자구안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사업 등 보유 지분 및 사업부 매각을 통해 총 1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3000억원 규모의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매각이 진행 중이다.
 
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을 지원하면서 연쇄 부실이 우려됐던 한진그룹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지분을 총 1조9830억원에 매각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틔였다.
 
현대상선은 LNG운송사업부에 이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지난해 말 자구안 발표 이후 6개월간 약 2조7000억원, 80% 이상의 자구안을 이행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 등 당초 자구안으로 제시한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방안들을 선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유동성 확충, 부채비율 대폭 감축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더 이상 유동성 우려 없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만큼 적극적인 비용절감 등을 통해 올해 흑자전환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은 지난 11일 국내·외 주요 임직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컨테이너선 영업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흑자 달성을 위한 사업부 총점검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어려움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환골탈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업현장에 역량을 집중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11일 국내·외 주요 임직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컨테이너선 영업전략회의’를 개최했다.(사진=한진해운)
 
◇업황보다는 비용절감이 대세..초대형선박 확보가 곧 경쟁력
 
유동성 위기를 넘은 국내 선사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초대형선박의 확보다.
 
머스크 등 세계 상위권 컨테이너 선사들은 선제적으로 초대형선박에 투자해 불황 속에서도 비용절감을 통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억5400만달러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머스크는 운임이 5%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운항비용을 9% 줄이고 적재량은 7% 늘려 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국내 선사들과 상반되는 행보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업황에만 기대는 수동적 전략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황에 상관없이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능동적 대응으로 전략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다.
 
◇해운 시황 회복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선사들을 중심으로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사진=뉴스토마토DB)
 
최근 중국의 거부로 머스크, MSC, CMA-CGM 등 세계 3대 선사가 추진했던 'P3 네트워크'가 무산됐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머스크와 MSC는 향후 10년 간 양사 선박을 공유하는 내용의 선박공유협정(VSA)을 체결했다.
 
머스크와 MSC의 이니셜을 따 만든 '2M'은 아시아-유럽항로와 태평양항로 등 전 세계 주요 21개 항로에 총 185척의 선박을 투입해 공동 운항을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선박 역시 대부분 8000TEU가 넘는 대형 선박들이다.
 
반면 국내 선사들은 이제 막 유동성 위기를 탈출해 새로운 선박을 확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있던 알짜 사업부도 매각해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그에 따른 수혜는 이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선박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연초 논의됐던 해운보증기구 등 해운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물동량은 증가세..선박 수급은 아직 불안정
 
한편 올 하반기 컨테이너선 해운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물동량 증가로 소폭의 시황 개선은 예상되지만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완전하게 해소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선복량 증가율은 약 5%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돼,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조금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산해양개발원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용선료 수준을 나타내는 HRCI는 올 상반기 평균 517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HRCI가 500선을 돌파한 것은 2년6개월 만이다. HRCI는 중소형 선박의 용선료를 나타내는 지수로, 일반적으로 HRCI 수치가 높을수록 선박 수급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평균 CCFI(중국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컨테이너선의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81만3000TEU로 나타났으며,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6% 감소한 51만2000TEU로 조사됐다.
 
지난해 신조선가가 바닥을 찍고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에코십 발주가 늘면서 수주량 역시 증가했지만, 올 들어 이 같은 움직임이 조정 양상을 보이며 컨테이너선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벌크선, 상반기 평균 BDI는 상승했지만 시황은 여전히 바닥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평균 BDI는 1179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BDI가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업황 회복보다는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초 BDI는 지난해 연말부터 오름세를 보이면서 2000선을 넘어 등락했지만 반기 말 다시 1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바닥을 기록했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에 더해 선박 공급과잉 현상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벌크 물동량 증가율이 최대 연 6%대로 예상되고 선복량 증가율도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약 1%포인트의 차이로 현재의 선박 공급과잉 문제가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BDI는 1000~1400선을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전히 침체 수준의 시황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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