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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언론, 무분별한 보도경쟁 언제까지
2014-04-17 14:17:30 2014-04-17 14:21:39
2014년 4월16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또하나 비극의 날로 남게됐다.
 
300명 가까운 생명이 수십미터 깊이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지금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꽃같은 젊음을 누려야 할 학생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귀환하기를 손모아 기원한다.
 
하지만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면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지금, 유독 언론은 이번 사고에 대해 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각종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면서 조회수 높이기에 급급하는가 하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생에게 무절제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고속보 방송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오보를 양산하고, 조사당국에 앞서 벌써부터 잘잘못을 가리기에 열중이다.
 
각종 재난사고에서 과도한 보도경쟁을 벌여왔던 언론의 천박함이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16일 포털 네이버는 공지를 통해 언론사들에게 어뷰징 기사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네이버는 "국가적 재난사고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편집에 대한 항의 및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다수"라며 "뉴스스탠드 운영에 참고 부탁드린다"고 지적했다.
 
매번 대형 재난이 일어날때 마다 무절제한 속보경쟁이 일어나고, 사고가 마무리되면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하지만 자기반성은 그때 뿐이다. 다음번 사고가 터지면 자성론은 자취를 감추고 또다시 얄팍한 경쟁이 재연된다. 설령 언론사 공동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를 준수하고 취재경쟁을 자제할 언론이 얼마나 될까.
 
방송사를 소재로 하는 유명 해외 드라마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유력 정치인이 총격을 당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 정치인이 사망했다는 속보가 다른 방송사들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주인공의 방송사도 속보를 따라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지만,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도를 늦춘다. 결국 사망설은 오보로 밝혀지고, 이 방송사만이 오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드라마라서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 남다른 감동을 느낀다. 한국언론이 감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더욱 울림이 큰 것이 아닐까.
 
그동안 한국 언론은 사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대형 포털에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써 '포털만도 못하다'는 비판을 반박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언론은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짓을 멈추어야 한다.
 
손정협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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