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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②정인선, 소녀와 성인사이 그만의 색깔
2014-04-23 08:00:00 2014-04-23 15:24:1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한공주' 언론시사회 현장. 카메라는 계속해서 우울한 표정의 한공주(천우희 분)를 따라다녔다. 우연히 한공주를 발견한 한 여학생. 무표정하고 쓸쓸한 한공주와 달리 미소부터 던지고 보는 극중 은희의 첫 인상은 싱그러웠다. 갑작스레 은희를 연기한 여배우가 누군지 궁금했다.
 
곧바로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쥐고 있던 보도자료를 들춰봤다. 정인선. '아! 그 폭풍성장의 아이콘'.
 
tvN 드라마 '빠스껫볼'에서는 '거지소녀'로 나와서 예쁜 줄 몰랐는데, 웃으니까 이렇게 예뻤다. 한공주와 대비되서 더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지만, 정인선의 미소와 웃음은 그렇게 묘한 매력이 넘쳤다.
 
앞서 '빠스껫볼'의 곽정환 PD는 정인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연기를 잘해서 정말 놀랐었다. 소녀와 성인 사이의 묘한 경계선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낼 줄 아는 배우"라며 "아주 유망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는 사람마저 기분좋게 만드는 웃음을 갖고 있는 정인선은 '추노'의 곽정환 PD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다. 촉망받는 라이징스타가 아닐 수 없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정인선은 "폭풍성장을 했다고 하는데, 전 그냥 차근차근 성장했을 뿐"이라며 "저 나름대로 이런 저런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직까지 어떤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아역배우 출신 정인선은 "몸무게는 자신있지만, 키는 숨기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진제공=A list 엔터테인먼트)
 
◇프로필
 
이름 : 정인선(본명)
생년월일 : 1991년 4월 25일 오전 7시 8분
키 : 보기보다 크지 않아요. 숨겨주시면 감사하죠.
몸무게 : 40kg
필모그래피 : '몽중인', '살인의 추억', '카페느와르', '빠스껫볼', '한공주'
 
◇첫 해외 광고 촬영을 앞두고 짐을 싸고 사진을 찍는 모습. 어린 나이임에도 여유가 묻어난다 (사진제공=A list 엔터테인먼트)
 
◇출생
 
지난 1990년 어느날이었다. 정인선의 어머니가 꿈에 남의 땅에 들어갔다. 그리고 포도를 한움큼 따기 시작했다. 보니까 포도알이 다른 포도보다 컸단다. 그게 정인선의 태몽이다.
 
이후 지난 1991년 4월 25일 새벽. 어머니는 강한 통증을 느꼈다. 옆에 남편이 없었다.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윗층에 친척이 살고 있었다. 오전 7시 8분 인근 산부인과에서 딸 아이를 낳았다. 그게 정인선이다.
 
4살 차이의 오빠가 있다. 어렸을 때는 잠시 싸우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연예계와는 상관 없는 곳에서 일을 한다. 유학파다.
 
"유복하다고는 하기 그렇지만 가난한 집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좀 까칠한 여자애였다고 하네요. 공주병도 있었다고 하고."
 
◇얼떨결에 아역 배우가 된 정인선은 놀이터보다 촬영장에서 더 많은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제공=A list 엔터테인먼트)
 
◇어린시절..떼쓰다 얼떨결에 연예계 입성
 
정인선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폭풍성장'이다. 아역 출신인 그는 6살에 아침드라마로 데뷔했고, SBS '순풍 산부인과', 영화 '몽중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쉼 없이 연기했다.
 
어떻게 정인선은 아역배우가 됐을까.
 
"옛날에 신문에 연기학원 광고가 많았어요. 엄마가 오빠를 연기학원에 보내려고 했는데, 제가 막 떼를 썼죠. '나도 하겠다'고요. 뭔지도 모르고 참. 그래서 엄마가 연기를 시킨 거예요. 그런데 정작 오빠는 조금 하다가 그만두고 제가 6살 때부터 연기를 하게 된 거죠."
 
어머니가 엄격한 편이라 학교는 열심히 갔다. '몽중인' 촬영 빼고는 일주일에 4~5일은 학교에 갔다. 조퇴는 해도 결석은 안 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3학년 때 일산으로 전학을 갔다. 영등포구 개봉동보다 일산의 친구들이 너무 드세서 놀랐었다는 게 정인선의 기억이다.
 
"학교에 갔는데 저 때문에 맨날 복도가 가득차 있었어요. 저 보겠다고요. 너무 무서웠어요. 또 일산 애들이 영등포 보다 드셌어요. 욕도 그 때 처음 들어봤어요. 방송국에서 연기한다고 하니까 제가 신기했던거죠. 화장실도 못 가서 친구가 길 뚫어주고 그랬어요. 제 인생의 첫 번째 충격이었죠."
 
엄마에게 "복도 지나갈 때 밀치면 난 날라갈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로 복도가 무서웠던 정인선은 급기야 선생님께 SOS를 쳤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너가 견뎌"라고 정인선에게 숙제를 내줬다.
 
"그 때부터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남자들이랑 울면서 싸우고, 멱살도 잡고. 괄괄해졌죠. 좀 부끄러워 하고 낯가림도 심했는데, 남자랑 친해지기 아주 좋은 성격으로 털털해졌죠.(웃음)
 
◇'살인의 추억' 당시 정인선. 그가 출연한 이 장면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엔딩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살인의 추억' 촬영장에서의 3가지 충격
 
학교 학예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정인선은 '살인의 추억' 촬영을 위해 현장에 간다. "몇 시간 찍고 돌아오겠지"라는 예상은 완전히 틀어졌다. 3일이나 찍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의 봉준호 감독은 12살(당시 5학년) 정인선에게 3가지 충격을 안겼다.
 
"대사도 짧고 금방 끝날 줄 알았죠. 이 영화가 이렇게 회자될지도 몰랐어요. 막 대사를 치는데 촬영을 그만하자고 하는거예요. 석양 신이었는데, 해가 조금 떨어졌다고 하시면서. 해가 살짝 걸쳐져 있었는데, 해 떨어졌다고 촬영을 멈췄어요. 엄마한테 '뭐가 다르다고 안 찍는거야'라면서 짜증을 부리기도 했었죠. 학예회 준비했어야 했거든요. 첫 번째 충격이었어요. 해가 떨어졌다고 촬영을 멈추는 부분은."
 
◇12살 때 봉준호 감독에게 충격을 받은 한 여자아이는 '폭풍성장'을 하고 만다 (사진제공=A list 엔터테인먼트)
 
'살인의 추억'은 지금도 '디테일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디테일이 섬세한 영화다. 영화 곳곳의 상징이 '숨은 그림 찾기'처럼 펼쳐진 작품이다. 봉 감독의 장점은 디테일 뿐이 아니었다. 국내 최고의 감독 봉준호는 디렉션으로도 정인선에게 충격을 줬다.
 
"이전에 찍었을 때는 좀 단순했다고 해야 될까요. '울어, 더 울어' 이런 식이거나,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게 추상적이거나. 하지만 봉준호 감독님은 달랐어요. 모니터를 보게 하면서 '이거 봐봐. 눈썹 움직이는 거 보이지. 이거 안 움직이게 할 수 있어?'라고 하셨어요. 내가 눈썹을 쓰는지도 몰랐는데. 그거 외에도 자세하게 하나 하나 일일이 디렉션 해주셨어요. 두 번째 충격이었죠."
 
세 번째는 엔딩이었다. '살인의 추억' 엔딩은 정인선과 대화를 나누던 송강호가 고개를 돌리면서 마무리된다. 화면을 가득 메운 큼지막한 송강호의 얼굴. 정인선의 기억으로는 그 장면이 엔딩이 아니었다.
 
"상의가 된 장면인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송강호 선배님하고 봉 감독님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엔딩을 바꿨던 것으로 기억되요. 전 그냥 시키는 대로 연기를 했는데, 배우가 감독과 대화를 통해 엔딩을 바꾸는 것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와! 대박 충격'이었죠. 그 때 전 카메라 뒤에서 송강호 선배님 촬영 장면을 봤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에요."
 
◇아역배우를 하던 중 연기에 대한 지겨움을 느낀 정인선은 영화감상과 사진촬영이라는 취미를 얻게 된다. 17살 정인선. (사진제공=A list 엔터테인먼트)
 
◇중2, 걸음을 멈추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가던 정인선은 중학생이 된다. 이때부터는 작품보다 MC를 더 많이 맡게 된다. 주로 어린이 프로그램. 좋아서 했다기 보다는 아역이 할 만한 역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이나 어린시절, 회상 같은 것이 전부였다. 연기를 하고 싶은 동력이 떨어졌다.
 
"중2 때였죠. '중2병'이라고도 하는데 그 때 저에게도 시련이 왔어요. 연기를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하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어요. 절망적이었어요.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 제 자신이 불쌍하고 슬프고. 그래서 엄마한테 '쉴래'라고 했어요. 엄마는 반대하셨어요. '쉬어도 되는데, 이곳은 너가 나가는 건 마음대로 나가지만 돌아오는 건 너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라'면서요. 일리 있는 말이죠. 그래도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뒀어요."
 
잠시 어머니 얘기로 넘어갔다. 엄마이자 매니저이자 인생 선배. 딸에게 독하고 엄격했다.
 
"디렉션이 더 좋았어요. 연기를 배운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움을 가르쳐줬어요. 고마운 엄마. 그런데 어렸을 때는 정말 독했어요. 시험이 있으면 새벽에 졸고 있는 저를 깨워가면서 공부를 시켰어요. 정말 독해."
 
"힘들었었겠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 그런 줄 알았어요. 남들도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요. 비교가 안 되니까. 그래도 공부하는 습관이 생겨서 공부는 늘 열심히 했어요. 초중고 모두 평균 80점은 넘겼어요. 수학만 빼고요. 어떻게 해도 안되겠더라고요. 나에게 모욕감을 준 수학."
 
결국 방송국 출입을 끊었다. 그리고 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취미를 찾기 시작한다. 사진도 찍고 영화도 미친듯이 봤다고 한다.
 
"한 번은 방학인데 밖에 단 한 번도 안 나가고 영화만 봤어요. 리스트를 작성하고 영화를 보면 빨간줄을 쳤어요. 그 재미로 영화를 봤어요. 엄청 봤죠. 100편은 훌쩍 넘겨요. 밥도 쟁반 받아서 혼자 먹었어요. 한번 꽂히면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하하"
 
◇첫 사랑
 
이승철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정인선은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됐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크지 않은 키의 이 오빠가 첫 사랑이란다. 그런데 관계가 좀 독특하다. 유학을 간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인 이 오빠. 친구를 배신하고 이 오빠와 사귀지도 못했다. 그저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 받았을 뿐이다.
 
"항상 옆에 있어주던 한 살 위 오빠였어요. 자주 보지는 않았어요. 좀 부끄러워서. 제 친구랑 사귀었었는데, 친구가 유학을 갔죠. 외국생활에서 외로웠는지 저한테 '이 오빠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 이 오빠에게 고백을 받았는데, 도저히 못 사귀겠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마음이 아팠다. 정인선도 그 오빠를 좋아했으니까. 이상하게도 연락은 꾸준히 이어졌다.
 
"600일 넘게 매일매일 안부를 묻는 문자를 했죠. 혼자 사귄 것 같아요. 또 지금 생각해보면 나쁜 여자였던 것 같아요. 매몰차게 끊었어야 했는데, 연락은 하면서 고백은 안 받아줬거든요. 요즘도 간간히 연락해요."
 
◇'카페 느와르'의 첫 장면에서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는 정인선. 10분에 가까운 롱테이크인 이 장면은 깊은 인상을 줬다. (사진제공=(주)스폰지이엔티)
 
◇'카페 느와르' 새로운 시작
 
약 3년여간 작품을 찍지 않았다.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 때 오디션을 본 영화는 '카페 느와르'. 신하균, 문정희, 정유미, 이성민 등 현재 극장가를 주름잡는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다. 현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새롭게 출발선에 선 정인선은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시작인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정한 작품이 '카페 느와르'.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햄버거를 우걱우걱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씹어먹는 롱테이크다. 그 인물이 정인선이다.
 
"오랜만에 한 작품이라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 많이 했는데, 잘 도달한 거 같아요. 현장에 갔는데 현장용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나 다시 해도 되나봐'라는 감정을 느꼈죠. 어떤 관문을 통과한 느낌이랄까요.
 
◇'일진' 루머와 자작극설
 
풋풋한 외모로 눈웃음을 짓는 정인선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일진과 자작극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루머가 있다. 일진설이라는 루머. 자작극을 했다는 루머. 고1 때 겪은 불쾌할 수 밖에 없는 루머다.
 
일진은 전혀 아니란다.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과정에서 리더 역할을 주로 했는데, 그게 일진처럼 보였나보다라는 게 정인선의 생각이다. "일진은 너무 무서운데요. 제가 일진이라니"라는 정인선이다. 일진설은 그냥 웃어넘길 법 하다.
 
그런데 자작극 루머는 너무 치밀했고, 계획적이었다. 한 네티즌이 특정 사이트에 계속해서 정인선의 사진을 올렸다. 그래서 또 다른 네티즌이 "너 정인선이지"라고 캐물었다. 아니라고 하면 될 것이었는데, 그 네티즌은 그 사이트에서 탈퇴했다. 탈퇴한 네티즌의 아이디가 정인선 미니홈피 주소와 똑같았다. 자작극 루머가 돌 법한 상황이었다. 예민하던 시기 짜증이 몰아쳤다.
 
"사이버 수사대에 연락했어요. 오후 6시쯤 했는데 내일 하래요. 연기를 쉬면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었는데, 그런 일이 생긴 거죠. 돌아올 때 아역 이미지를 벗고 돌아오고 싶었고, 또 구설수에 오르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게다가 저도 네티즌인바 '누구라도 믿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답답했어요."
 
그래도 웃으려고 했다. 긍정적으로. 그러면서 생각을 고쳤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이라면서.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그 땐 심각했죠. 성격이 더 털털해졌어요. 더 많이 웃고 웃기려고 했죠.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했어요. 마치 '한공주'의 은희처럼요. 그 때부터 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웃는 상으로. 그전에는 울상이라고 했거든요. 때리면 더 단단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오기도 있고. 위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해요."
 
◇'빠스껫볼'에서 정인선은 이렇듯 지저분한 분장을 한 거지가 된다. 배우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갖고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분장이다. (사진제공=tvN)
 
◇곽정환 PD와의 짜릿했던 첫 만남
 
기자가 정인선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tvN '빠스껫볼' 제작발표회였다. 거지로 분장한 묘령의 여자. 예고편에서는 너무 못생겼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현장에 나타났다. 정인선이었는데 거지를 할 정도로 못난 외모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해 만 21살이었던 정인선은 거지꼴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지저분한 분장이었다. 예쁘게만 보이고 싶을 나이인데, 연기에 대한 태도가 남다르다고 생각됐다.
 
"분장이 심하긴 했어요. 거지라는 캐릭터에 부담감은 없었어요. 이후에는 깨끗하게 나왔거든요. 그 때를 위한 낙차라고 생각해서 즐겼어요. 원래는 거울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그 작품 이후로 많이 나아졌죠. 아무리 제가 예쁘게 나오려고 해도 카메라에 따라 이상하게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정인선은 곽정환 PD와의 첫 만남이 짜릿했다고 추억하고 있다. 그 순간을 얘기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면서.
 
오디션 현장이었다. 시녀였던 예은 역할 혹은 주인공이었던 이엘리아 역할을 위해 간 현장이었다. 대본을 뒤늦게 받아 연습도 급하게 했다. 대본도 다 숙지하지 못했다. 대본을 보면서 리딩했다. 연기를 마치고 곽 PD와 대면했다. 갑자기 곽정환 PD가 일어났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곽 감독님이 '나를 아냐. '추노' 연출했던 PD다'라고 하면서 악수를 청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동안 어딨었냐'고 하셨어요. 저도 놀랐죠. 옆에 계시던 분들도 놀랐어요. 이런 캐스팅은 처음이라면서."
 
곧 '벼리'라는 캐릭터를 제안 받았다. 거지로 출발해 깊은 사랑을 느끼고, 또 한 번 엄청난 감정이 몰아치는 3단계 변신이 있는 캐릭터. 바로 OK했다. '빠스껫볼'은 평단의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시청률 면에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정인선에게는 잊을 수 없는, 또 연기 성장에 발판이 될만한 작품이었다.
 
◇'한공주'에서 정인선은 천우희와 달리 웃음꽃을 핀다. (사진제공=무비꼴라쥬)
 
◇'한공주' 오랫동안 연모한 천우희와의 만남
 
17일 개봉한 '한공주'. 개봉 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천우희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정인선은 천우희를 무조건 보듬어주는 친구 은희로 출연했다.
 
우울함을 안고 있는 공주와 달리 은희는 웃음과 행복을 품고 있다. 언제나 신나게 웃고 떠든다. 매력적인 웃음이 공주와 대비되면서 더 화사하게 그려진다.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예쁘게 찍어주셨어요. 예뻐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당초 정인선은 한공주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에 이수진 감독을 만났다. 이미 '한공주'는 어느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황. 정인선은 일주일 뒤 촬영에 합류해야 했다. 공주의 친구 은희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공주 역할은 누가 하나요?"라고. 천우희란다. 바로 "천우희라면 인정. '한공주' 할래요"라 말하고 은희를 택했다.
 
"우희 언니를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써니' 본드녀 때부터 좋아했었는데. 만나자마자 팬이라고 하고 엄청 살갑게 굴었죠. 정말 은희가 공주를 생각하듯 언니를 좋아했어요."
 
행복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의 은희다. 반면 공주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은희에게 화를 낸다. 그럼에도 은희는 맹목적으로 공주를 좋아한다.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궁금했다.
 
"'무조건 나는 너가 좋아. 너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뭐든 다 OK'라고 생각했어요. '사람 대 사람'으로 끌렸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연기하기 수월했어요."
 
정인선이 없었다면 천우희가 이렇게 빛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정인선의 연기는훌륭했다. 행복을 머금고 사는 아이의 느낌을 정확하게 줬다. 주변에서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어봤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으로 인해 너가 픽업이 되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그것만을도 안도감이 생겼어요."
 
그러고는 씩 웃었다. 마치 은희가 그랬던 것처럼.
 
◇'한공주'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 (사진제공=무비꼴라쥬)
 
◇친한 연예인 친구
 
아역 시절부터 연기를 해온 정인선. 성격이 쾌활해 친구가 많을 것 같았다. 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도 이런 저런 일을 도맡아 한다. 성격 좋은 이 여배우에게 연예인 친구는 누가 있을까.
 
"많지 않아요. '순풍산부인과'에 나온 미달이 김성은이랑 연락하고 지내는데, 그렇게 두텁지는 않아요. 오히려 우희 언니랑 친하죠. 잘 맞아요. 성격도 유하고. 자주 보자고 하는데 제가 더 바빠서 못 보고 있네요. 언니랑 만나서 두런두런 수다를 떨고 싶어요."
 
◇전도연은 라이징스타 정인선이 꼽은 톱스타 ⓒ NEWS1
 
◇톱스타가 된다면
 
아직은 톱스타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인지도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좋아하는 스타가 누가 있냐고 물어봤다.
 
곰곰히 생각하던 정인선은 전도연을 꼽았다.
 
"언니 기사를 보면 공통점이 많아요. 마리옹 꼬띠아르, 나탈리 포트먼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거든요. 또 자극을 많이 받고요.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라는 동경을 해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는 정인선은 톱스타가 된다해도 나만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단다.
 
"내 생활과 내 일이 있잖아요. 그 두 가지의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어요. 앞으로 가정도 생길거고 연애나 취미, 친구들도 있을텐데요. 어렸을 때부터 유지해오던 삶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연기로 승화시켰으면 하고요."
 
◇카메라 렌즈를 원하는 정인선. 그는 통이 컸다. (사진=캐논 홈페이지 캡쳐)
 
◇받고 싶은 선물
 
정인선의 생일은 4월 25일. 이틀 남았다.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을까. 의외였다. 직접 선물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카메라 렌즈를 원할 줄이야.
 
"사진 찍은지 오래됐어요. 카메라 바디 욕심은 없는데 렌즈 욕심이 있어요. 새로운 렌즈요. 많았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뭐 갖고 싶어'라고 물으면 카메라 렌즈라고 말해요. 비싸서 안 사줘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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