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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글로벌이 정답)①규제에 발 묶인 대기업..해외 진출 '올인'
롯데, 2015년 세계 2위 '도약'·신라 '창이공항' 품고 맹추격
2014-03-13 15:19:49 2014-03-13 15:23:53
[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정부가 독과점을 막겠다며 대기업의 면세점 운영 면적을 제한하면서 업계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를 양분하던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며 돌파구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규제로 대기업의 발이 묶인 사이  외국 기업들이 틈새를 공략하고 있고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 후발 주자들도 팔을 걷어 부치고 합류하면서 국내 확장에 한계를 느낀 탓이다. 롯데와 신라는 글로벌 영토 확장을 대기업 규제 역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삼았다.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려는 이들 업체의  해외진출 현황과 향후 계획,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 본다. [편집자]
 
'노른자 위'로 불리는 제주공항 국제 면세점이 누구 품에 안길까. 올해 업계 최대 이슈였다.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면세점 사업에 최초로 도전장을 던진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가져간 것이다.
 
입찰 막판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시장 독식'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입찰을 포기하면서 과감한 금액으로 투찰한 갤러리아가 새 주인이 됐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에 이어 한화(000880)까지 국내 면세점 사업은 대기업 4강구도로 새판이 짜여졌다.
 
대기업의 독식을 막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외국 대기업들까지 빈틈을 헤집고 들어오면서 오히려 외국 기업에게 안방을 뺏기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는 면세점 매장수를 기준으로 대기업은  60% 미만, 중소·중견기업 20% 이상으로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혼란 속에 코너로 몰린 것은 기존 양강체제를 구축하던 롯데와 신라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시장 개척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면세사업 고성장..롯데 '4위'·신라 '7위' 도약
 
글로벌 면세시장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 면세시장 매출은 460억 달러에서 2012년 542억 달러로 껑충 뛰어오르며 무려 18% 고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는 2015년 전 세계 면세시장 규모는 약 6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면세점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이 아시아권 신흥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핵심 포인트다. 한류 열풍 등의 영향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유독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면세업체들의 성장률이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와 신라는 매년 눈에 띄는 성장세로 전세계 면세시장의 10%에 달하는 점유율 차지하며 톱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료제공=롯데면세점)
 
지난 2012년 기준 롯데면세점은 업계 1위인 미국의 DFS, 2위 스위스의 듀프리, 3위 독일 하이네만 등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지난 2011년 6위에서 2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신라면세점도 9위에서 7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매출도 17%나 신장시키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2년 안에 업계 2위로 도약 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활발한 해외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업권을 따내며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호텔신라도 해외영토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해외시장  롯데 '선점'..호텔신라, 창이공항 품고 '맹렬' 추격 
 
현재까지 매출만 놓고 보면 롯데가 신라보다 1조원 이상 앞서고 있다.
 
롯데는 국내 면세업체 중 최초로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진출하면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같은 해 5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토산품 매장, 11월 패션잡화매장 사업권을 따냈다.
 
작년 6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내에 위치한 롯데쇼핑 애비뉴점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역시 국내 업체 최초로 허가조건이 까다로운 해외 시내 면세점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롯데면세점 해외진출 현황>
   (자료제공=롯데면세점)
 
이후 괌 공항 면세점 사업권도 획득했다.  현재 5월말 재개점을 목표로 보수공사 중이다. 오는 2022년까지 10년 동안 패션잡화, 화장품, 지역 토산품을 판매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괌 공항 입찰 성공까지 해외진출이 연이어 성과를 내면서 비전 목표를 상향조정 했다"며 "앞으로 괌 공항점 그랜드 오픈 이후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는 2015년까지 세계 면세점 업계 2위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향후 해외 공항 면세점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시내면세점 사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호텔신라의 해외 사업장은 현재 창이공항 단 하나뿐이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보면 현재 운영 중인 세계 1위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을 하나 더 가져간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한다.
 
     (자료제공=호텔신라)
 
호텔신라는 창이공항 1~3 터미널의 향수 및 화장품 매장 20여개와 함께 2017년 완공되는 제4 터미널의 동 품목 매장 사업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
 
오는 2020년 9월까지 6년간 매장을 운영는 동안 연간 6000억원, 계약기간 누적 약 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세계 최대 허브공항 중 하나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며 "세계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시장 경쟁 본격 서막.."치열한 접전구도 전개될 것"
 
창이공항을 품에 안은 호텔신라가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선언하면서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양강의 2라운드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창이공항에 이어 또 한번의 승부가 펼쳐질 곳은 바로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이다. 시드니공항은 지난해 연간 방문객 3790만명 수준으로, 오세아니아지역 최대 면세점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이미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고, 호텔신라도 입찰공고 내용을 확인한 이후 사업성을 따져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이공항 사업권 따내기 경쟁에서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롯데는 설욕전을 벼르고 있고, 창이공항을 시작으로 상승세를 탄 호텔신라는 거침 없이 추격을 벌이고 있어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아시아 최대 공항 2곳 모두에서 면세사업을 영위해 해외 추가 진출을 위한 초석을 든든히 다져 놓은 상태"라며 "이로써 면세사업자로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만큼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는 입점 브랜드 다양화와 한류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며 "양측 모두 해외시장 진출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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