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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아베)④빈껍데기 정책과 꿈쩍않는 경제전망
세번째 화살 '질적성장 추진'..실효성 의문
7월 참의원 선거 지나치게 의식한 탓
인플레이션율 2% 달성 어려울 듯
2013-06-13 10:30:00 2013-06-13 10:30:00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성장 정책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 당겨졌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앞서 발표된 통화정책, 재정정책에 이어 실물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진정한 개혁정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성장전략이었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뒷받침 되지 않으며 빛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알맹이 없이 껍데기뿐인 성장전략은 자칫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앞선 정책들의 효과까지도 무색하게 하는 무익한 전략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아베노믹스 성패 좌우할 '성장전략'
 
아베가 쏜 세 개의 화살 중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좌우할 정책은 바로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은행(BOJ)이 시중에 돈을 풀었다면 소비자들이 그 돈을 실제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질적완화가 동반돼야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는 이러한 질적성장을 추진해 일본 경제의 명목 성장률을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을2%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일본정부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10년간 매년 3%씩 늘려 10년 내 150만엔(약 1761만원)가량 늘어나도록 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또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오는 2020년까지 외국인 투자금액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5조엔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특히 여러 지역에 분산됐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도쿄, 오사카, 아이치현 등 3대 도시를 특구로 지정해 해외투자유치를 확대하고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관세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제(TPP)에 참여함으로써 현재 16%에 불과한 자유무역(FTA)의 비중도 5년 내 70%로 확대하고 2020년까지 농산물 및 식품 수출 1조엔, 인프라수출 30조엔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 밖에도 고령화에 맞춰 의료·제약산업 등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설비투자 규모를 3년 내 70조엔으로 확대한다는 방안도 이번 성장전략에 모두 포함됐다.
 

<아베노믹스 성장전략 주요 내용>
 
박성욱 금융연구원은 "재정정책이나 양적완화는 구조개혁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라며 "앞서 발사된 화살들이 벌어놓은 시간 사이에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베노믹스 자체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키오 미조바타 다이와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진정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일본은행과 정부가 앞선 정책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경기가 회복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이제는 진정한 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실체는 빈 껍데기..선거 겁내는 성장정책
 
실제로 의미 있는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하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이해집단과의 상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난 5일 아베는 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이해집단의 이해에 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내각은 지난 4월에도 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에 대한 후속 조치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아베는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실제로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아베는 특구를 설치하겠다는 의지만을 밝혔을 뿐 세부 내용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며 "법인세를 감면해주겠다는 특구법이나 시행령 정도는 만들어야 기업들이 정책 자체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베는 농업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농업특구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나 이 역시 구체적인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지난 3월 신약연구개발기구를 만들고 관련 부처를 일원화시키겠다는 전략도 밝혔으나 이 역시 실행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고용부문 전략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두리뭉실한 대책을 내놨을 뿐 어느 정도까지 노동의 유연성을 허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탓에 이해집단에 상충되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미레야 솔리스 브룩킹즈센터 선임연구원은 "선거를 앞둔 시기이니만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실물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단기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FTA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이슈와도 맞물려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TPP라는 세계흐름을 타고 가자는 방침을 내놨지만 TPP의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바로 농업부문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온 현 여당 자민당이 농촌경제를 위협하는 FTA 확대에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베가 말한 구체적인 전략 발표 시기는 오는 8월이다. 그때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풀이됐다.

◇효과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 소요될 듯 
 
이러한 평가가 시기상조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아베가 목표로 정해놓은 물가상승률 2%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필립스 곡선(자료=김희주 기자)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일본이 2년 내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달성하려면 현 4.1%인 실업률을 2%까지 내려야 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부문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와 실업률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립스곡선(물가상승률-실업률)이 수평에 가까운 일본의 경직화된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중장기 전략을 세워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을 구체적인 유인책 없이 국내로 복귀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이나 일자리 창출 등도 사실상 쉽지 않다.
 
지난 20년간 지속돼 온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오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내부 수요압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현재 일본의 수요압력은 대부분 가계소비가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기업 투자부문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 보는 단기경기관측지수(단칸지수, DI)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부가 풀어놓은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전히 은행에 묶여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단칸지수는 일본은행이 3개월마다 일본 전역의 약 1만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경기체감지수다. 지난 1분기(1~3월) 일본의 제조업 DI는 마이너스(-) 8을 기록했다.
 
이 연구위원은 "성장전략이 실패했을 경우 구조개혁 없이 통화량만 늘면서 악성 물가상승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1년은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목표로 세웠던 명목성장률 3%의 달성 여부도 올해 3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발표된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0%, 연율로는 4.1% 증가했지만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는 11월이 되기 전에는 속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감세혜택을 제공하는 국가전략특구 역시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평가됐다.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만큼 기업들의 생산이 늘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세수가 증가한다면 일본정부의 장기적인 재정수지에도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속도가 맞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결국 정부가 아무리 금융부문을 완화해주고 규제를 없애줘도 방법은 실물경기 회복 뿐"이라며 "실물경기 회복세가 정책을 따라가야, 즉 계획 대비 실적이 따라가야 시장이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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