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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헌트’ 정우성 “나 아님 이정재 ‘오징어 게임’ 못했다”
“이정재 친분, 함께 작업하기엔 걸림돌…그래서 초반 출연 제안 거절”
“실제 사건 모티브+판타지 두 인물…폭력 당연했던 시대 ‘어둠·아픔’”
2022-08-17 01:00:02 2022-08-17 01: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차분히 따져보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젠 서로 ‘사귄다’를 넘어 ‘동거설’ 급기야 ‘부부설’까지. 정말 수도 없는 낭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사실상 연예계에서 공식적이나 비공식적으로 당연히 실제 부부가 아니라면 ‘열애설’을 넘어 ‘동거설’ ‘부부설’은 절대 금기어다. 하지만 이들에게만큼은 예외가 아닐까 싶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또 내일도 함께 만나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일을 논하고 일상을 공유할 듯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1999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없다’를 통해 청춘영화의 레전드를 함께 만들어 냈다. 이후 두 사람은 가까워졌고, 현재까지 대한민국 연예계 대표 단짝이 됐다. 급기야 함께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나아가 제작사까지 함께 차렸다. 이미 숱하게 연출에 관심을 보였고 능력을 선보였던 정우성과 달리 이정재는 결코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 단 기획과 제작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영화 ‘헌트’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이정재는 ‘영혼의 단짝’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정우성은 무려 네 번이나 거절을 했단다. 그리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승락을 했단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이랬다.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오랜만의 대면 인터뷰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먼저 전한 질문은 ‘도대체 왜 거절했느냐’였다. 사실 이정재와 정우성은 정말 둘도 없는 단짝이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서로에게 존댓말을 할 정도로 각자를 ‘대우’한다. 그래서일 수도 있었을 듯싶었다. 이정재의 출연 제의를 무려 네 번이나 거절한 이유는 이런 뜻이었다고.
 
“우선 정재씨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저에게 감사해 하셔야 됩니다(웃음). 제가 3번이나 정재씨의 제안을 거절해서 ‘오징어 게임’이란 전설이 탄생한 겁니다. 하하하. 실제로 제가 3번째 제의에서 승락했으면 시기상 정재씨의 ‘오징어 게임’은 출연 불발이 확실 했어요. 그걸 노린 건 당연히 아닌 건 아시죠(웃음). 그저 정재씨의 고생길이 너무 훤히 보이고, 사실 부담도 너무 컸었죠.”
 
주변에서 이정재 혹은 정우성에게 항상 묻는 질문이 ‘두 사람이 언제쯤 한 작품에 나오나’였다고. 이건 대중의 관심도 당연하지만 기자들 그리고 영화인들에게도 너무 궁금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작품 그리고 한 화면에 등장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너무 근사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나 기대하고 또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정우성이 ‘부담’이었다고 하는 이유는 이랬다.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모두가 그렇게 기대를 하시는 데 좀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보여 드리고 싶다는 강박이 저한테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정재씨와는 친해서 일 적으론 더 어려워요. 특히 그 현장은 정재씨가 감독으로 있는 현장이라 제가 어떤 의견을 내도 그게 의견으로 받아 들여지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컸죠. 제 의도와는 정말 다른 의미로 전달이 될 가능성이 너무 커서 거절했던 것이죠.”
 
정우성이 극중 연기한 ‘김정도’는 이정재가 연출과 함께 연기가 겸하면서 만들어 낸 ‘박평호’와 ‘헌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끌어가는 두 축 가운데 하나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사사건건 대립하고 부딪치는 인물이기에 이정재와는 현장에서 의도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거리감을 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연출을 겸한 이정재는 카메라 속에 정우성의 ‘김정도’를 멋지게 담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흔적과 감정을 정우성이 느낄 정도로 만들어 냈다고.
 
“우선 극중 캐릭터 간의 관계나 설정이 박평호와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저나 감독님 모두 동의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적인 감정 교류는 거의 배제했죠. 우리 둘이 그러면 현장 분위기도 좀 무겁게 갈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그것조차 사실 우리가 감당할 몫이라 생각했죠. 그리고 영화를 보니 저도 참 멋지게 잘 담긴 것 같고. 사실 김정도 박평호가 혼자 빛이 나는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그래봐야 소용 없는 캐릭터인데. 감독님의 김정도에 대한 애정이 많이 담긴 것 같아 감사했죠.”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는 무엇보다 흥미롭고 또 무거운 느낌도 강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모티브로 끌어온 점이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등이 영화 속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이 사건들을 실제로 접한 4050세대들은 ‘헌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세대와 전혀 다를 수도 있을 듯싶었다. 정우성 역시 그런 점에 대해서 충분히 동의했다.
 
“198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고, 첩보 액션이 장르이다 보니 실제 역사 속 굵직한 사건을 끌어 온 점에 대해선 동의해요. 근데 그 안에서 움직이는 김정도와 박평호 등은 실존 인물이 아니잖아요. 판타지일 뿐이죠. 그렇다고 그런 사건들을 쉽게 그리고 가볍게 다룰 생각은 전혀 없었죠. 지금도 그 사건의 피해자 분들이 생존해 계시는 데. 그렇게 폭력이 당연했던 시대에 판타지의 두 인물을 가져다 놓고 그 시대의 아픔을 논해 보자는 시각으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무려 23년 만에 드디어 이정재와 함께 한 작품에 출연한 정우성이다. 하지만 이제 ‘헌트’가 상영을 마무리하면 두 사람의 한 작품 활동은 또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빠지게 된다. 이정재는 ‘헌트’ 연출 이후 당분간 연출에는 손을 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정우성은 이미 예전부터 연출에 대한 욕심과 실제 작품을 여러 차례 선보여 왔다.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우선 제 생각만 말씀 드리면 전 둘이 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둘다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요(웃음). ‘헌트’가 그래도 저희 기대보다 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예전의 걱정스런 느낌보단 조금 더 자신감은 붙은 느낌인 것 정도는 있어요. 예전에는 ‘같이 작품 언제 해요’란 질문을 받으면 막연하게 부담부터 생겼는데 이젠 23년 만에 테이프를 끊었잖아요.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자신감 정도는 생긴 듯해요.”
 
‘영혼의 단짝’인 이정재가 감독으로 성공적인 테이프를 끊었다. 정우성도 조만간 장편 상업영화 ‘보호자’(가제)를 선보이게 된다. 사실 연출 도전은 정우성이 더 먼저다. 정우성은 오는 9월 이정재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함께 참석하게 된다. 이정재는 ‘헌트’ 그리고 정우성은 ‘보호자’를 통해서다. 두 사람 모두 엄연히 감독 자격으로 가는 것이다.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정재씨도 그렇지만 저도 ‘영화’에 대한 진지함은 분명히 갖고 있어요. 저희들이 해야 할 평생의 일이잖아요. 서로 친한 건 친하거고, 성향은 분명히 좀 많이 달라요. 하지만 영화, 그러니깐 일에 대한 점에선 닮은 게 좀 있어요. 이번에 서로 캐나다에 같이 가게 됐는데 가면 서로의 일정이 달라서 함께 지내긴 힘들 거에요. 가서 서로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잘 하고 오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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