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위기의 K-배터리, LG·SK '밥그릇' 싸움 그만
입력 : 2021-04-05 06:00:13 수정 : 2021-04-05 06:00:13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 예비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며 배터리 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허 소송과 LG, SK 양사 간 분쟁의 본 사건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별건이다. 다만 SK가 일부 협상력을 확보하면서 LG의 압도적 승리로 기울던 판세가 변했다. 조 단위 격차의 합의금 수준을 좁힐 수 있는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양사가 치고받은 말의 수위를 보면 오는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론 나기 전까지 대승적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긴 소송을 이어오며 갈등의 골도 세월만큼 깊어졌기 때문이다.
 
양사가 전쟁을 벌인 지난 2년간 세상은 무섭게 달라졌다. 전기차 시장 급팽창에 따른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되며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기 이른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에 테슬라와 폭스바겐, 현대차까지 완성차 업체에 부는 내재화 바람은 미래의 위기가 아닌 현실의 위협이다. 아직까지 자동차 회사가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내재화가 가능해지는 순간 완성차 업체는 더 이상 배터리 기업이 제시하는 가격과 공급량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최악의 경우 배터리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LG와 SK의 분쟁은 이 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소송 내용은 차치하고 결국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배터리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양사가 다툼에 골몰해 허송한 시간 동안 경쟁자들은 이 틈을 타 자동차 회사를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 CATL이다. CATL은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는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인 '셀투팩' 기술 개발로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을 확대 중이다. 또 폭스바겐의 각형 단일 셀 적용 발표 이후 가장 유력한 협력사로 떠오르는 기업이기도 하다.
 
양사의 생존이 걸린 처절한 전쟁 앞에서 둘이 화해하라는 말이 먹힐 리 없다. 둘 중 한발이라도 물러서는 쪽이 죽는 싸움에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라는 건 더 주제넘은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지겨운 싸움을 이어가면서 양사가 버리는 비용과 시간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이 소송 리스크를 피해 각형으로 전환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양사는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파워데이 전부터 내재화 계획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때다.
 
백주아 산업1부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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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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