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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산업계 '태풍의 눈' 통상임금 선고 D-7

기아차 소송 핵심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어떤 결과 나와도 메가톤급 후폭풍

2017-08-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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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핵심 쟁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경영계가 금기어였던 '생산기지 해외 이전'마저 거론하면서 향후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소송금액은 이미 역대 통상임금 소송 중 최대치를 써냈다.  
 
앞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대신 신의성실의 원칙을 예외조항으로 도입했다.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명백하게 합의했거나, 묵시적으로 인정한 경우 신의칙이 적용된다. 기아차는 묵시적으로 인정할 수준의 노사 합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를 전면으로 부인,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재판부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판단하는 동시에 지난해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아차의 경영 여건도 판단해야 한다.
 
노조가 일부 승소할 경우 회사가 지급해야 할 비용도 쟁점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최대 수준의 소송금액을 청구했다. 반면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임금이 체불된 기간 동안 회사가 추가로 지급한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주장한 체불임금은 7000억원 안팎이고, 회사가 책정한 금액은 300억원 이상 790억원 미만이다. 대신 기아차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체불임금에 지연이자를 더해 최대 3조원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 같은 천문학적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아차 입장이다.  
 
반면 예상을 뒤집고 기아차가 승소할 경우 통상임금 소송을 둘러싼 노동계의 주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 중 65.7%가 신의칙을 두고 다투고 있다. 게다가 법원이 이번 소송으로 기아차에 경영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기아차보다 열악한 상황의 사업장에서 제기된 소송들도 사측 편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통상임금 범위를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게 명시해 더 이상의 논란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에 관련 조항이 없어 법원이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결정, 사실상 입법·행정부의 역할을 했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경연이 최근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0.3%가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불일치로 소송이 발생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정치의 조정기능 부재와 이를 틈타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산업계 스스로 '태풍의 눈'을 불러왔다. 무엇보다 이번 법원 판결도 노사 양측의 제로섬 게임을 통한 논란의 재확산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은 뼈 아프다. 확정판결 전까지 초래될 노사 불신 심화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국가경제에도 크나큰 부담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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