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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양호 일가 적반하장…앞에서는 사과, 뒤로는 내부단속

업무사이트 2일부터 모바일 등 외부 차단…회사가 지정한 VPN 통해야 접속

2018-05-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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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성역과도 같았던 조양호 회장 일가의 횡포와 비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자, 대한항공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 조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조 전 전무도 경찰 출석을 전후해 "죄송하다"고 사죄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2일부터 직원 업무사이트의 모바일과 외부 접속을 차단했다. 대한항공 공지 갈무리. 사진/뉴스토마토
 
대한항공은 2일부터 직원용 업무사이트인 크루링크(Crewlink)를 사외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운항승무원 포털사이트, 직원용 이메일, 임직원 교육시스템도 접속이 제한됐다. 대한항공 사내에서 접속은 가능하지만, 모바일과 외부에서 접속시 접근이 차단된다. 이전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전 세계 어디든 접속할 수 있었다. 
 
모바일 등 외부에서 접속할 경우 가상사설망(VPN)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다. 대한항공이 지정한 시트릭스(Citrix) VPN을 설치한 뒤, VPN이 실행되면 직원용 업무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 VPN은 기업체 등에서 사설망을 구축해, 통신망을 제어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보안이 취약한 외부 접속과 달리, VPN을 거치면 회사가 정한 경로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보안이 대폭 강화된다. IT업계 관계자는 "VPN은 주로 보안을 위해 쓰지만, 로그 기록이 남아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하려면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대한항공 업무사이트는 접속이 가능했지만, 2일은 VPN 없이 접속이 불가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한항공의 이번 조치를 두고 임직원들은 내부 단속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원이 업무용 사이트에 접속한 흔적이나,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경로 등을 찾기 위해 VPN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이번 조치로 직원들이 익명 채팅방이나 언론 제보 등 내부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사전검열 효과를 꾀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승무원 A씨는 "회사가 제보자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며 "접속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VPN으로 접속할 경우 회사가 IP 주소와 스마트폰 ID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VPN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IP 주소가 접속할 때마다 바뀐다. 반면 VPN을 이용하면 IP가 고정된다. 업무사이트에 접속한 직원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승무원 B씨는 "사찰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조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팽배하다. 대한항공의 조종사와 승무원은 비행업무를 위해 국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비행 스케줄 변동 등을 업무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부터는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려면 VPN에 접속해야 한다. 한 조종사는 "스케줄을 볼 때마다 VPN을 가동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3분마다 끊기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업무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직원들을 검열하기 위해 지나치게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직원이 VPN을 접속했을 때 모습. 직원의 IP는 물론 아이폰 ID도 파악이 가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의 땅콩회항 파문 이후 회사는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아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서약서에는 '비밀 유지 정보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재직 또는 퇴직 후 대한항공의 사전 승낙 없이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 현직 직원들은 비밀유지 서약서를 근거로 직원들의 스마트폰도 불시에 검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외부 단말기의 VPN을 통한 사내사이트 접속 전환은 지난해 8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사내 보안관련 시스템 강화의 프로젝트"라며 "같은 해 12월 한 달 간 직원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교육를 실시했으며, 2018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외부에서 VPN을 통한 사내 사이트를 접속하도록 사내 보안이 강화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VPN을 통한 직원 개인에 대한 사찰은 절대 불가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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