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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자살보험 미지급 보험사, 법무팀이 경영 '좌지우지'

법무팀, 법원 승소 90% 이상 판단…보험금 지급 제동

2016-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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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여전히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보험사 CEO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보험사에서는 자사 법무팀이 자살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고 있어 CEO들의 보험금 지급 결정 권한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보험사들의 법무팀은 대법원 승소 확률은 90% 이상 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보험금 지급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들 CEO들이 소멸시효 승소 확률과 배임 문제에만 혈안이 돼 고객과의 신뢰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면서 보험사 경영이 법무팀에게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과 신한생명 등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한 지급을 결정한 것과대로 삼성생명(032830)과 교보생명, 한화생명(088350) 등 7개 보험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 대법원에 판단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ING생명과 신한생명 등이 배임의 문제 보다 고객과 신뢰 차원에서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들은 법무팀이 회사의 경영을 좌지우지 한다는 시각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회사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배임'이다. 이들 법무팀은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리면 경영진의 배임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멸시효와 관련한 1, 2심 결과는 대부분 소멸시효가 지났으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왔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보면 연말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도 90% 이상 보험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법무팀은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에 법무팀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CEO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법리적 판단만을 가지고 자살보험금을 봐서는 안 되며 보험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약속, 회사의 신뢰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생보사들은 법무팀의 법리적인 해석만을 가지고 자살보험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며 "CEO라면 법리적인 해석뿐 아니라 고객 신뢰와 책임에서 자살보험금을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타 생보사들이 지급을 결정한 상황에서 법원이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를 인정하더라도 고객 신뢰는 이미 잃는 것"이라며 "한 회사의 CEO라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하는데 법무팀의 의견에만 몰두해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보험사는 약관 실수의 책임은 보험사가 지는 게 당연한데 그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 위법성과 고의성이 판명될 경우 최고경영진까지 엄벌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법리적인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영상의 책임까지 묻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자살보험금 지급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 위법성과 고의성이 판명될 경우 최고경영진까지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많은 생보사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상황에서 배임을 명분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금감원이 검사를 착수한 만큼 가볍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들이 지난 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정문 앞에서‘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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