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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피플)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스포츠산업 선도기업 꿈꾼다"

국내 1호 스포츠마케팅 회사 '스포티즌'…주5일제와 한일월드컵서 성장가능성 '힌트' 얻어

2016-04-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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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김광연기자] 스포츠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흐름을 무려 16년 전부터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온 이가 있다. 바로 심찬구(46) 스포티즌 대표다.
 
미국에서 국제 경영학을 전공하던 심 대표는 주5일 근무제 정착과 2002 한일월드컵 유치에서 국내 스포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읽었다. 그리곤 과감히 창업에 '올인'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유럽 프로축구단을 사들이며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산업과 영화산업에서의 한류 열풍이 스포츠에서도 가능하다는 심 대표는 "좋은 스포츠가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는 큰 차이가 있다"며 "스포츠가 사회의 많은 것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SM엔터테인먼트(연예)와 넥슨(게임)처럼 스포츠산업에서 선도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그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포티즌 사옥에서 만났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사진/스포티즌 제공
 
스포티즌은 200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스포츠마케팅 회사다. 어디서든 최초란 쉽지 않다. 어쩌다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됐나.
 
당시 엄청난 창업 붐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남들 다 하는 것보다 성장 가능성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일단 경제 규모가 크면 클수록 스포츠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봤는데 우리나라는 주 5일 근무를 앞두고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도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 여러 사안이 맞물렸다. 일주일에 하루 더 논다는 건 여가가 생기는 거니까 긍정적이었다. 그 시간을 스포츠에 쓸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메가스포츠 경험이 많고 프로스포츠가 정착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생각이 틀리진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 16년을 버텨왔다. 회사 소개에 적혀 있는 것처럼 'Leading Company(선도기업)'인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거시적인 계획은 있었지만 일단 나 자체가 이 분야에 경험이 있진 않았기에 힘들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논리나 관점을 갖고 갔는데 '왜 너랑 해야 해'라는 소릴 많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해도 그게 끝이었다. 선수 출신 여부를 따지는 보수적인 문화도 있었다. 지금도 그런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여전히 스포츠를 지원과 후원의 사업으로 보는 분들이 있다. 물론 스포츠산업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건 안다. 대기업의 역할이 있어야 했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 위주의 시스템이 장애가 되는 점도 있다.
 
2014년 8월에 벨기에 프로축구팀인 투비즈를 인수했다. 당시 국내 최초의 유럽 구단 인수라 큰 이슈가 됐다. 왜 축구였고 왜 벨기에였나.
 
먼저 축구를 택한 이유는 209개국이 하는 국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여러 모델을 보다가 결국은 클럽을 사자고 마음먹었다. 클럽을 샀다는 것은 하나의 밭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밭에 좋은 씨앗을 심어서 키우면 전부 내 것이라 생각했다. 벨기에를 택한 이유는 FIFA(국제축구연맹) 세계랭킹 1위(현재 2위)라는 점과 셀링 리그란 특성 때문이다. 서유럽에서 유이하게 벨기에하고 포르투갈만 비 유럽연합(EU) 선수 영입 제한이 없다. 게다가 벨기에는 동양 사람들이 가서 비즈니스 하기 좋은 분위기다.
 
이후 황진성, 김은중 코치 등 한국인들을 많이 데려갔다. 이유는.
 
유망주 레벨은 물론 일본에서도 데려왔었고 황진성(성남FC)처럼 나이 많은 선수도 테스트해봤다. 이제 어떤 선수를 데려가야 하는지 알았다. 올여름부터는 진짜 성장 가능성 있는 선수를 데려갈 것이다. 여름 지나서는 한국 젊은 선수들을 보내려 한다. 김은중 코치의 경우 먼저 우리에게 찾아왔다. 미국 가서 뛸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선 축구를 제대로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럽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코치 라이선스를 땄다. 더 열심히 해서 투비즈 감독이 되고 싶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스포츠산업을 강조하며 골프 대중화 정책을 내놨다. 골프산업에 오래 몸 담은 경험이 있는 대표가 보기에 실현 가능성 있는 이야기인가.
 
일단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다른 몇몇 스포츠와 다른 특성이 있다. 절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집 옆에 가면 바로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린 차 타고 골프장 가서 종일 시간 보내는 문화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라는 종목이 지금 가진 이미지 자체를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대중화는 쉽지 않다고 본다. 대신 상대적인 대중화는 될 것이다. 지금 회원제골프장을 이대로 두면 망가질 것이라 보는데 이걸 어떻게 연착륙시킬지가 관건이다. 아직도 골프장은 불필요한 비용 구조가 많다. 이용자 입장에서 효율화가 필요하다.
 
스포츠와 스포츠산업에 대해 경시하는 시선이 여전히 사회에 존재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스포츠를 통해 사회 자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스포츠에는 승부를 인정하고 또 동료를 생각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하면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강해진다. 우리 사회가 가르쳐주지 못하는 걸 스포츠가 한다. 선진 사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다들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숙하다. 우리사회에서는 스포츠를 어릴 적에 배웠으면 생기지 않았을 법한 문제가 많이 발견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올림픽 가서 은메달을 따면 선수가 고개 숙이고 울었다. 스포츠를 국위 선양이나 메달 색으로만 따져서 그렇다. 스포츠의 본질을 사회 전반에 대입한다면 스포츠가 사회의 많은 것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스포츠가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는 큰 차이가 있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재명 성남시장을 보라. 축구 하나로 전국구 정치인이 됐다. 중국의 경우는 시진핑이 이걸 하고 있다. 자기 취미가 축구라서 그런 게 아니다. 중국이 왜 전국 2만개 학교에서 축구를 키우고 중고등학교 교육 커리큘럼에 축구를 넣겠는가. 중국엔 소수 민족 문제 같은 것도 있는데 만약 월드컵 16강이라도 이룬다면 그 때는 하나의 중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산업에 대한 전망과 함께 앞으로의 포부를 말해달라.
 
연예산업이나 영화산업을 많이 관찰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들도 성장한지 얼마 되지 않는 산업이다. 이제 막 수출하고 고용 창출하고 그러고 있지 않나. 정말 '어어' 하는 사이에 엄청 컸다. 나는 스포츠산업이 곧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인 포부는 스포츠업계 선두에 서는 것이다. 가요의 SM엔터테인먼트나 게임의 넥슨처럼 사람들에게 스포츠도 '아, 저게 되는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이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또 스포츠 콘텐츠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사례도 남기고 싶다. 우리가 선도 기업의 포지셔닝을 구축했으면 한다.
 
임정혁·김광연 기자 kom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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