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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의 눈)프로농구 오심논란, 비디오 판독 필요하다

2013-11-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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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오심 논란으로 프로농구계가 시끄럽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일이 발생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고양 오리온스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 69-78로 졌다. 4쿼터 승부처에서 오리온스가 지적받은 2개의 반칙은 오심으로 판명됐다. 경기 도중 격하게 항의하던 추일승 감독은 퇴장까지 당했다.

평소 신사 이미지가 강했던 추 감독은 올 시즌 '퇴장 1호'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인터뷰 직후 추 감독은 "내가 흥분했으나 심판 판정에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문을 닫았다. KBL은 공적인 자리에서 판정에 불만을 표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경기 이후 오리온스는 KBL에 재경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KBL은 경기 규칙 제101조 '심판 판정에 대한 제소는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를 근거로 재경기 불가 방침을 알렸다. 이보선 심판위원장이 오심을 인정했음에도 거기까지라고 선을 그은 모양새다.

해당 심판진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이제는 추일승 감독에 대한 징계가 남았다.

추 감독의 징계는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분명하다. KBL이 오심이라 인정했음에도 추 감독을 징계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처사다.

하지만 KBL은 스스로 발목 잡혔다. 이미 KBL은 규정을 거론하며 오리온스의 재경기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규정대로 해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퇴장을 당한 감독에게 벌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오심으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항의한 감독이 벌금까지 내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가 예상된다. '오심 논란'이 '징계 논란'으로 번질 위기다.

시대가 변했다. 심판의 권위를 중요시하던 스포츠 선진국 미국은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내년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로 했다. 구심 판정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한 팀은 경기당 2차례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내년 열릴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골 판정'에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애매한 골 판정에 계측 장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직 오프사이드나 판정 하나하나에 모두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적이었던 FIFA도 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KBL에도 비디오 판독 확대가 필요하다. KBL은 2011년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다만 제한적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매 쿼터 종료시점과 매 연장전 경기 종료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이 중에서도 득점이 경기 결과에 영향이 있는 상황에서만 비디오 판독이 이루어진다.

물론 생각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무분별한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막기 위해 각 팀당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이다. 4쿼터에만 비디오 판독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할 수도 있다.

얼마든지 비디오 판독의 장점을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시간 보다 비디오 판독으로 깔끔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빠를 수 있다.

지금은 첨단 과학의 시대다. 카메라의 밀도 높은 기술로 세세한 장면이 확인 가능하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며 방송중계까지 즐기는 관중들이 많다. 이를 판정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심판의 권위를 내세우기에는 프로농구의 '오심 논란'이 너무도 많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리다.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나 가능했던 주장이다.

경기의 일부분은 따로 있다. 선수들의 땀을 빼놓을 수 없다.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선수들의 경기는 시작된다. 팬들 개개인에겐 현장에 들어선 순간부터가 경기의 일부다.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팬들에겐 이미 경기 시작이다.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의 설렘이 뒤섞인 게 경기의 일부다. "삑" 하고 울리는 일순간의 휘슬이 이런 것들을 뒤덮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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