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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홍아란 임의탈퇴 사태와 얄팍한 프로의식

2017-01-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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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번 퇴사를 생각한다. 더는 못할 것 같단 생각이 차오른다. 몸도 마음도 지친 것 같다. 이럴 때 사표를 내든 생각의 전환을 해 다시 전투력을 끌어올리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여러 요인을 고려하겠지만 어쨌든 다 큰 성인인 자신의 길을 정하는 거다. 아마도 이런 걸 직업 선택의 자유라 한다.
 
#여자 프로농구의 홍아란 선수가 코트를 떠났다. '심신이 지쳤다'는 게 선수의 공식 입장이다. 구단은 이를 '임의 탈퇴'라고 규정해 향후 선수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선수가 원했는지 구단이 복귀 시점에서 이 선수를 다른 구단에 뺏기기 싫어 손을 쓴 것인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이 소식을 해석하는 일부 인식을 보면 폭력성과 편협성이 떠오른다. 홍 선수의 결정을 두고 '프로 의식이 없다' '프로가 노는 곳이냐' 등등 한쪽에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다. 그럼 프로라는 그 구단과 리그와 행정과 환경은 선수들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프로처럼 대해줬나?
 
#다 큰 성인 선수들 여전히 합숙한다. 프로라는데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다 오는 쉬는 날이면 밖으로 튀어나가기 바쁘다. 학창 시절 운동부 합숙에 갇혀 산 것도 모자라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됐는데도 바깥세상 접하긴 요원하다. 억대 연봉 운운하는 이들은 그것도 일부 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오죽하면 그 모든 걸 참고 감독이 된 분들한테서도 이따금 떠나고 싶다는 말이 나올까.
 
#다시 써보자. 남자 선수니 여자 선수니 운동선수니 다 뒤로하고 보자. 인간적으로 자유가 있는 삶인가? 프로 의식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어버릴 수 있는 환경인가? 무턱대고 프로자격이 없다고 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초중고 내내 스파르타 기숙사 학원에서 살다가 나이 서른 넘어서까지 회사 숙소에서 상사랑 같이 산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서 어쩌다 휴가받는 삶을 "넌 프로니까"라는 지적질 안에서 비정규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그려보자. 프로가 프로다워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도 프로 의식이 생기는 거 아닐까.
 
◇홍아란.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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