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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커지나…태영건설발 PF대란 가시화

HJ중공업·신세계건설 등 부채비율 200% 상회

2023-12-28 11:50

조회수 : 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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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는 모습입니다.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태영발 PF위기가 다른 건설사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소·중견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현실화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건설사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아파트공사현장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대 건설사 중 올해 3분기 보고서를 공시한 건설사(35곳) 37%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부채비율 200% 아래를 안정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설사 10곳 중 4곳은 부채가 과다한 것입니다.
 
건설업 특성상 PF(Project Finance)와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채비율이나 차입금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자금 차입을 늘릴 경우 자칫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479%로 지난 2020년부터 약 4년 째 400%를 상회했으며 별도기준 부채비율 역시 257.9%로 나왔습니다.
 
시평 10대 건설사에서는 △GS건설(204.9%) △SK에코플랜트(285.5%)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했으며 △HJ중공업(903%) △신세계건설(470%) △두산건설(366.1%)의 부채비율도 두드러졌습니다. 이어 △SGC이테크건설(295.9%) △HL디앤아이 한라(293.5%) △코오롱글로벌(287.6%)은 200% 중후반대로 집계됐습니다.
 
돈 벌어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도 증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주택 원가율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비율은 증가하는 등 질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한신공영, HLD&I한라, 신세계건설, SGC이테크건설, HJ중공업의 경우 이자보상배율(별도·누적 기준)이 1배를 밑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돈을 벌어도 이자를 내기 어려운 좀비기업 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차입금 의존도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시평 30대 건설사 가운데 SK에코플랜트·한화·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아이에스동서·한신공영·HL D&I 등 8개 건설사의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유효등급 보유 건설사의 합산 차입금은 32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4% 늘었고 8월말 건설사 PF 우발채무 규모는 22조8000억원으로 작년 6월말 대비 약 29%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차입금 의존도가 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회사채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신규 사업장 착공 지연, 미분양 위험이 신용도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섭니다.
 
부채비율 증가에 차입금 의존도는 '과도'

예탁원에 따르면 내년 만기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예탁원 건설업종 기준·사모포함)는 3조8885억원(267건)에 달합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SK에코플랜트가 752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HL D&I(2942억원), GS건설·DL이앤씨(2000억원), 한신공영·한양(1850억원) 순으로 나왔습니다.
 
상대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건설사의 경우 디폴트 현실화 등 급격한 유동성 경색을 맞을 가능성은 낮지만, 미분양과 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롤오버(만기 연장)와 같은 차환이나 현금 상환 등 조달 전략에 대한 고민은 커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영향으로 건설사는 물론 자재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 등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 브릿지론 전환 등 금융기관들은 건설업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방침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PF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개별 기업의 사안을 건설업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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